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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JIMFF DAILY 한눈에보기/FOCUS

FOCUS - 롤링 스톤즈, 지치지 않는 악동들

 

비틀즈로 대변되는 영국 록에서 그들과 가장 근접한 성취를 이룬 밴드는 바로 롤링 스톤즈다. 물론 젠틀한 이미지의 비틀즈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 반골 이미지의 캐릭터를 구축한 면도있다. 비틀즈가 버섯머리에 깔끔한 수트를 입고 단정하게 기타를 들었다면 롤링 스톤즈는 거친 무대매너를 일삼고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음악을 들고 나왔다. 데뷔 50주년을 넘었음에도 초지일관 밴드 형태를 유지하면서 반항적이고 선동적인 음악을 만들고 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섹시하고, 거칠고, 무례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록 밴드 멤버들이 가장 닮고 싶은 밴드로 롤링 스톤즈를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많은 스캔들과 고난 속에서도 음악을 놓지않고 꾸준히 밴드 활동을 이어오는 모습, 그리고 결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뮤직 인사이트’에서는 롤링 스톤즈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을 담은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으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믹 재거, 키스 리처즈, 브라이언 존스, 빌 와이먼이 롤링 스톤즈의 최초 멤버다. 이후 1963년에찰리 와츠가 합류했으며, 약물과용으로 사망한 브라이언 존스를 대신해 믹 테일러가 영입되었다. 그들의 악동 이미지만큼이나 사건사고도 끊이질 않았다. 1969년 12월 6일 롤링 스톤즈는 미국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료 콘서트를 캘리포니아 주의 앨터몬트 고속도로에서 개최했는데, 무려 30만 명의 관객이 몰린 이 콘서트에서 난동을 부리던 흑인 청년이 밴드가 고용한 경호원에 의해 칼에 찔려 살해되기도 했었다. 이 사건으로 롤링 스톤즈는 미국에서 추방되는 등 후폭풍에 휩싸이기도 했다. 밴드의 보컬리스트인믹 재거의 여성 편력도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는 요인 중에 하나다. 성 중독증 치료를 위해 만난 전문가도 유혹했다는 가십성 기사가 쏟아질 정도이니, 그의 화려한 작업 경력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 롤링 스톤즈가 오랜 기간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결코 노이즈 마케팅 때문만은 아니다. 로큰롤의 스펙트럼을 넓힌 그들의 음악은 현재까지 잊히지 않고 꾸준히 재생되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록밴드이며, 총 9개의 영국 차트 1위 싱글을 갖고 있고, 총 8개의 미국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꾸준한 활동을 통해서 24개의 정규 앨범을 발매 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2억장 이상의 누적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정도면 레전드라고 부를만하다. 현존하는 레전드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겠다. 데뷔 초기에는 흑인 음악이라고 할수 있는 블루스 음악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데뷔 시절에 다뤘던 느린 리듬 앤드 블루스나 발라드의 비율을 낮추어 버린다. 에너지 넘치는 날 것 그대로의 록 음악을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한다. 기타와 드럼, 베이스가 거칠게 날뛰는 단순하고 경쾌한 로큰롤의 모습을 그려낸다. <타임>지로부터 ‘피에굶주린 로큰롤 앨범’이라는 칭찬을 받은 기념작<스티키 핑거스>와 이듬해의 음반 <대로의 추방자>에서 이들의 에너지는 절정에 달한다.

 

 

롤링 스톤즈는 우리에게는 늘 비틀즈에 가려진 2위로 남아있다. 라이벌 구도였지만 최고의 자리는 항상 비틀즈의 몫이었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밝고 정갈하게 흐르는 비틀즈의 음악에 비하여 그들의 음악은 끈적하고 퇴폐적이고 거칠게만 다가왔다. 그러나 살아남는 자가 강한자라고 했던가. 비틀즈가 없는 곳에서 그들은 여전히 투어를 하고 있고 새 앨범을 만들고 있다. 그들의 밴드명이기도 한 ‘구르는 돌’처럼 멈추지 않고 새로운음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딱딱한 ‘전설’이라는 표현보다는 ‘지치지 않는 악동들’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이유다.

글 최성욱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