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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HOT/JIMFF`s Talk Talk

전 프로그래머의 “파리에서 만난 영화음악 전시회

 

화려한 레드 카펫 행사와 즐비한 스타들,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광과 현란한 드레스, 그리고 해변의 비키니 미녀들... 사람

 

들에게 칸 영화제는 이런 이미지들이 떠오르겠지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일정 탓에 상영작품을 고를 수 있는 마지막 기

 

회를 맞은 프로그래머로서는 거의 모든 일정을 필름마켓이 열리는 행사장에서 보낼 수밖에 없다. 고로 사람들이 흔히 떠

 

올리는 칸의 화려한 이미지는 어쩌면 다른 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는 매년 반복되는 칸 영화제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할까 한다. 칸 영화제 일정을 마치고 파리에 들른 것은 지

 

3월부터 8월까지 열리는 영화음악 전시회를 보기 위함이었다. ‘음악과 영화: 세기의 결혼?’이라는 공식 명칭의 이 전시

 

회를 방문한 이유는 영화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 외에도, 2009년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때 시도했던 ‘OST뮤지

 

엄’과의 비교, 그리고 ‘만약 제천에 영화음악을 위한 공간이 생긴다면 어떻게 꾸며야 할까’라는 고민 때문이었다.

 

 

영화음악 전시회가 열린 ‘씨떼 들 라 무지크(Cite de la musique)’ 전경

 

전시회가 열린 ‘씨떼 들 라 무지크(Cite de la musique)’는 파리 서북쪽 빌레뜨 공원에 위치한, 서울로 치자면 예술의 전

 

당 같은 공간으로 1995년 완공된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듣게끔 만든 공간이다. 이곳에는 공연장과 함께 음악박물

 

관 등 다양한 시설이 있는데, 전시회는 음악박물관 건물의 일부에서 이루어졌다. 13천 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고 입장하

 

면 장 뤽 고다르의 <Le Mepris(사랑과 경멸)>’의 사운드 콘티가 근엄하게 장식된 입구를 지나 ‘촬영 전 단계’, ‘촬영’, ‘후반

 

작업’으로 섹션이 나누어진 전시장에 들어서게 된다.

 

 

사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현기증(Vertigo)’의 음악 작업을 지켜보는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 영화 수퍼맨(Superman)’의 녹음 장면. 마이클 파웰 감독의 검은 수선화(Black Narcissus)’의 녹음 장면.

 

 

가수를 다룬 영화 레이(Ray)’옐로우 서브마린(Yellow Submarine)’의 스틸컷

 

 

무성영화들로부터 시작되는 각종 영상물은 뛰어난 영화음악으로 기억되는 걸작들, <판타지아>, <아마데우스>, <웨스

 

트사이드 스토리>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의 주요 장면들로 꾸며지고, 이어서 클로드 를르슈와 프란시스 레이, 자크 오디아

 

르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데이비드 린과 모리스 자르,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등 ‘바늘과 실’처럼 콤비를 이뤘던

 

감독과 영화음악가의 다큐멘터리 영상들을 만날 수 있다.

 

‘배우이자 음악가’였던 사람들만 따로 모아놓은 영상, 그리고 <007 시리즈><핑크 팬더> 등 멋진 영화음악이 돋보였던

 

타이틀 롤 모음 영상도 전시의 세심함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후반작업’ 코너에 마련해 놓은 ‘믹싱 체험장’은 단연 인기를

 

독차지한 공간이기도 했다. ‘믹싱 체험장’에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도 상영했던 <내 사랑, 세르쥬 갱스부르>를 비롯

 

한 세 작품의 영상 일부분을 보여주며 음악과 음향의 각 채널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아 영상과 음악, 음향

 

이 어떻게 만나고 어떤 효과를 내는지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내 사랑, 세르쥬 갱스부르(Gainsbourg, Je t’aime.. Moi non plus)’의 한 장면. 함께 작업 중인 자크 오디아르 감독과 영화음악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감독-영화음악가 콤비의 대형사진들을 통해 아래층으로 인도되는 전시 공간은 OST 음반의 차례다. 원하는 음반을 주크

 

박스처럼 골라 감상할 수 있게 해놓았고, OST 명반들의 LP재킷 전시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또한 아래층에 있는

 

대형 상영관에서는 세 개의 스크린을 설치하여 사각 없이 음악영화의 고전들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렇듯 ‘음악과 영화: 세기의 결혼?’ 전시회는 비록 그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디서나 영화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전시회였고, 특히 동선 곳곳에 관람객들을 위해 앉을 곳을 마련해두어 편한 관람을 유도하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다. ‘영화음악의 바다’에 빠져 한 나절을 보내면서 언젠가 한국판 ‘음악과 영화: 세기의 결혼?’ 전시회가 제천에서 열리

 

는 것을 꿈꿔봤다.

 

By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