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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Track - <천국보다 낯선> : Screamin’ jay hawkins - I put a spell on you

 

 

<천국보다 낯선> : Screamin’ jay hawkins / put a spell on you

2007년 겨울쯤 이었나. 홍대의 오래 된 뮤직바에서 지인과 맥주 몇 병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날이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두서 없었고 이제 막 20대가 되었던 나의 방향 또한 두서없이 흘러가던 나날이었다. 시덥지 않은 이야기는 대부분 세상에 대한 불만 혹은 기가 막힌 계획으로 세상을 뒤집어 보겠다는 호기 어린 포부 따위의 것이었다. 흐릿하게 제대로 기억 나지 않는 그날의 일들 중 유일하게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어떤 곡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인은 언젠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첫날밤에 그녀의 앞에서 홀딱 벗고 꼭 이 노래를 부를 것이라며 DJ에게 신청곡을 건넸다. 잠시 후 거친 블루스가 흘러나왔다. 좁은 술집은 온통 한 남자의 울부짖는 듯한 소리로 가득 찼고 그 음악을 들었던 짧은 순간 느꼈던 전율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죽인다’. 그냥 죽인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Screamin’ jay hawkins의 ‘ I put a spell on you’ 를 처음 들었던 순간이었다.

 

 

충동적이고 건방진 가사와 흡사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가득한 이 곡은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커버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Animals, CCR, Joe cocker, Nina simone 등의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의 수많은 버전 중 아마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CCR의 버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동안 이 곡의 매력에 빠져 여러 버전의 곡들을 찾아 듣던 어느 날 유튜브에 떠돌던 Screamin’ jay hawkins의 라이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충격이었다. 주술사 같은 복장의 흑인 남자의 코에는 동물의 뼈 같은 장신구가 수염처럼 달려있었고 그의 손에 들린 작은 해골머리 지팡이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있었다.

 

 

‘I put a spell on you’ 는 이러한 시덥지 않은 젊음의 이야기 속에서 도드라진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에바가 영화의 첫 등장에서부터 시종일관 즐겨 듣는 음악으로 ‘I put a spell on you’는 세 명의 남녀 이외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실상 영화의 분위기와 썩 어울리지 않게 흘러나오는 이 음악은 세 명의 청년들이 드러내지 못하는 에너지와 충동의 집합처럼 느껴졌다. 에바에게 이 노래는 어떤 면에서는 동경의 대상인 것이다.

 

 

 

<에바가 항상 들고 다니는 카세트플레이어에서는 시종일관 ‘I put a spell on you’ 가 흘러나온다>

 

짐 자무시 감독이 어떠한 의도로 이 음악을 영화에 삽입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처음 이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정과 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이 음악을 대하는 방식은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료하거나 에너지가 없거나, 혹은 뭔가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한 충동이 부족할 때 마다 나는 ‘I put a spell on you’ 를 듣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하나쯤 그런 음악이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이 글을 기회 삼아 조금은 거칠고 다듬어 지지 않은 나의 개인적 취향의 음악을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싫거나 말거나 취향이란 원래 그런 게 아닐까.

 

By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술상영팀 STAFF 전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