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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Track <쇼를 사랑한 남자> : Behind the Candelabra - The Liberace Boogie

<쇼를 사랑한 남자> : Behind the Candelabra

The Liberace Boogie – The BTC Orchestra (Feat. Michael Douglas)

매주 주말마다 눈을 뜨면서 생각한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보러가지? 그러다 또 생각한다. 그럼 어디로 가지? 보고싶은 영화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딱히 보고싶은 영화가 없다면 고민의 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상영 시간표를 검색해보지만, 결국 내가 보고싶은 영화는 주말에도 역시나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밀려 시간을 맞추기가 참 애매하다. 

그렇다고 본인이 엄청나게 예술영화만을 찾아 보는 것도 아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개봉날을 기다리며 개봉하는 바로 그 주에 멀티플렉스로 뛰어가서 두 시간 내내 감탄사를 쏟아내며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그 날도 멀티플렉스의 한 관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며, 이미 티켓에 명시 된 영화 시작 시간이 지났음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광고와 예고편들을 아무 생각없이 흘려 보내던 중 한 음악이 귓가를 때렸다. 정말, 그야말로 말 그대로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바라보니 왠 휘황찬란한 흰 옷을 입은, (흡사 앙드레 김과도 같은) 한 배우가 열 손가락에 온통 역시나 번쩍거리는 반지를 낀 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클래식 같기도 하고 팝 음악 같기도 한 이 음악은 예고편 내내 상영관 안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몇 주 후, 다시 그 극장에 앉아 나는 피아노를 물 흐르듯 연주하고 있는 마이클 더글라스와, 도대체 본 시리즈의 스파이었던 제이슨 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부드러운 표정과 머릿결(!!)을 선보인 맷 데이먼에게 홀리듯 두 시간을 빼앗겼다.

 

[리버라치의 생전 모습과 마이클 더글라스가 분한 리버라치]

실존 인물인 피아니스트 리버라치를 다룬 영화인 <쇼를 사랑한 남자>(원제: Behind the Candelabra)는 그의 인생과 그리고 사랑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맷 데이먼은 리버라치의 연인인 스콧역으로 등장하는데 눈빛과 행동, 그리고 수많은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연인의 모습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습을 아주 아름답게, 또 애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쇼를 사랑한 남자>의 해외 포스터]

 


리버라치의 LA 공연 실황 모습

“The Liberace Boogie”는 영화 초반 스콧과 리버라치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흐른다. 리버라치의 현란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같은 소절이 계속 반복되며, 그가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던지는 형식의 쇼를 보여준다. 이 장면과 음악은 쇼맨십이 강한 리버라치의 정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다소 어두운 내용에 비해 영화 내용 중 한없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평생을 음악과 함께 한 리버라치에 대한 영화인 만큼 매번 음악은 빠지지 않고 적재적소에 흘러나와 영화의 스토리를 만끽하게 해 준다. 스타의 화려함과 그 이면을 가감없이 펼쳐 보여주는 <쇼를 사랑한 남자>는 두 배우의 열연과 함께 리버라치의 연주, 그리고 무대에서 선보이는 리버라치의 쇼맨십이 어우러져 한 편의 아름다운 뮤지컬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The BTC Orchestra feat. Michael Douglas - The Liberace Boogie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길, 뒤에서 들리는 한 관객의 푸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리버라치 음악 들으려고 온건데이건 뭐 사랑이야기잖아?”라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 이야기도 음악만큼 아름답다고 느껴졌으니, 그걸로 이 영화는 충분하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리버라치의 피아노 연주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Liberace live and in person 1983]


By 제천국제음악영화제 Staff -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