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MFF HOT/JIMFF`s Talk Talk

[Hidden Track] 음악을 향한 로드무비, <반드시 크게 들을것 2: Wild Days>

음악을 향한 로드무비, <반드시 크게 들을 것2: Wild Days>

 '언제까지나'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의 분위기가 달라졌고, 무대 위의 기타리스트는 두 번째 곡이 시작하기 전에 땀 범벅이 된 티셔츠를 벗었다. 관객들은 환호하며 슬램존 안으로 몸을 던지고 기차를 타기 시작했다. 그것이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밴드이다. 2006년 처음 결성된 때부터 이미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싶을 정도의 에너지 넘치는 라이브”로 홍대에선 이미 유명했기 때문이다. “록의 불모지”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할 만큼 한국에선 록음악 장르가, 특히 이처럼 ‘시끄럽고 격렬한’ 음악이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탓에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아직 K-Pop 아이돌 같은 슈퍼스타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홍대 인디씬에서 그들만큼 꾸준히 활동하고 성장하며, 다양한 성과를 이룩한 밴드를 찾기도 쉽지 않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2: Wild Days>는 그런 그들의 두 번째 미국 투어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2009년 제5회 때 상영되었던 전작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 이어 2012년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섹션에서 상영된 영화이기도 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백승화 감독이 함께 한 두 번째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는 소년 만화 같은 통통 튀는 스토리 텔링과 연출이 돋보였던 전작의 장점은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한편으로는 더 진지하고 다큐멘터리다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깨알 같은 캐릭터 구성은 여정을 순차적으로 따라가는 루즈한 흐름 사이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Wild Days> 예고편

이들의 투어 기록을 보며 나는 문득 보아 등 K-Pop 아이돌의 초기 아시아 진출이 떠올랐다. 물론 아이돌은 한국에서나 현지에서나 대형 기획사의 자본과 노하우를 등에 업고 시작한다. 그렇기에 그런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던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이야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투어에 함께 한 박은석 평론가의 말처럼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 안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더 넓은 시장을 찾아서, 현지의 뮤지션들과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다. 그 과정에서 뮤지션 개인의 노력과 실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것 역시 그렇다.

그래서 어쩌면 이것은 영화 초반에 언급된 ‘닐 암스트롱의 위대한 한 걸음’과 같은, 한국 록밴드가 자력으로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 활로를 개척한 첫 걸음에 대한 기록이 될 수도 있다. 무모해 보이기만 했던 아이돌의 일본 진출이, 현재 아시아에서의 그들의 엄청난 위상을 만들어낸 것이듯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며, 뉴욕 타임즈에 고작 한 줄 언급 되었다고 그 성공이 따라오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 관객들이 아무리 열광적이었다 한들, 아직도 그 넓은 미국 땅에서 그들의 음악을 한 번 들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언제까지나’ MV

하지만 긴 호흡으로 그들의 라이브를 보고, 듣고, 밴드 멤버들 그리고 투어를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 영화가 그저 ‘음악을 향한 로드 무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에서 “단련된 근육질의 경주마”같이 음악을 대하느라 그들조차 잊고 있었던, 처음 시작할 때 느꼈던 음악 자체의 즐거움과 열정을 다시 찾게 되었다는 그들의 말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들의 미국 투어의 성과나 미래의 성공 가능성은 물론, 심지어 그곳이 미국이라는 것까지도 상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그들의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한번 만나본 적도 없는 밴드의 투어 홍보를 자처하고 공연장을 마련한 텍사스 러프킨의 맥스가, 정작 이들이 떠나 온 나라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는 관심도 없어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떠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보고 있는지도 상관 없다. 이 순간이 생애 마지막 공연인 듯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나면 “다른 결정적인 순간은 없어 이 순간이 내겐 전부일 뿐이야”, “우연처럼 다가오는 많은 순간을 운명으로 만들어 가는 거야”라는, 어찌 생각하면 뻔해 보이는 ‘언제까지나’의 가사에 그들이 경험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크게 들어야 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그것은 누구에게나 다르겠지만, 연주 실력이 칼같이 훌륭하다든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든지 하는 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영화 속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마지막 공연은 밴드 멤버들조차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음향도 연주도 그 어느 순간보다도 엉망으로 들린다. 그러나 밴드도 관객들도 완전히 몰입한 것으로 보이는 그들의 마지막 라이브야말로 그들이 먼 길을 떠나 마침내 도달한, “반드시 크게 들어야 하는” 순간이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가장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라이브’답다고 생각하는 라이브 중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반드시 음량 꼭꼭 올려 ‘크게’ 들으시길.

BY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 홍보팀 이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