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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참가후기]

[JIMFF2012] 김싱싱님의 JIMFF2012 상영작 리뷰 ③ 시네심포니 단편1



2012. 8. 14 14:00 시네심포니 단편1

마지막 오디션/ 우도 프린센/ 네덜란드/ 7min

아노 조율사/ 올리비에 트레네/ 프랑스/ 14min        


시네심포니 단편 1 에서는 총 6편의 단편이 상영되었다. 하지만 나에겐 처음과 끝의 기억만 완전할 뿐 사이사이 기억이 드문드문 하다. 간단한 식사후, 역시 가볍게 볼 영화로 단편모음을 선택했으나 가차없이 졸았기 때문이다.


 6편의 순서를 어떤 기준으로 배치 했을까? 첫 번째로 상영된 마지막 오디션은 다소 음울한 느낌을 전달하지만 결국에는 희망을 이야기 한다. 크레파스로 슥슥 그린것 같은 단순한 그림으로 구성된 짧은 애니메이션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사는 없지만, 아버지와 아들로 짐작할 수 있는 두사람은 강제 수용소의 입구에서 헤어진다. 아버지는 안에 남지만 아들은 밖으로 나간다. 물론 그냥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트럼펫을 잡고 연주한다. 이 아들이 연주한 한 곡의 아늑하고도 불안한 트럼펫 연주곡은 그에게 겨누어진 총구들의 고개를 떨구게 하고, 이 작품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출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이가 그린것 처럼 다소 투박한 그림들 속에서 유독 인물의 얼굴이 세밀한 지문으로 표현되었던게 기억에 남는다.


이어지는 ‘ 비스타곤과 무지개공주’, ‘내 남자친구는 대머리’, ‘스트롱거’, ‘서든데스’ 4편을 졸음속에서 관람하고 드디어 6번째 마지막 ‘피아노 조율사’ 를 보며 정신이 번쩍들며 잠에서 깼다.



단편같지 않은 선명하고 뚜렷한 이미지로 시선을 끌며 시작되고 끝까지 이어진 강렬한 이미지와 스토리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을 봤을때와 비슷한 충격으로 남았다. 단편인 만큼 서사는 복잡하지 않다. 피아노 연주자로 성공을 꿈꾸지만 좌절한 주인공 ‘아드리앙’ 이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이다. 물론 보통의 평범한 조율사가 아니다. 스스로의 상처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에게 호의와 호감을 얻기위해 시각장애인 행세를 자처하는 ‘맹인 조율사’ 가 되는 것이다. 예상대로 에드리앙은 사람들에게서 호감을 얻는 인기 조율사가 된다. 맹인이라는 사실을 의심할리 없는 그의 고객들은 에드리앙이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청력이 더욱 좋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인기를 얻고 자신감을 회복한 아드리앙은 피아노에 대한 애정을 되찾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만류하는 동료도 뿌리치고 더 적극적으로 시각장애인 행세를 하는 것에 몰입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늘 친절을 베풀고, 때때로 그를 의식하지 않은 채 그의 앞에서 옷을 벗는등의 흥미거리도 선사한다. 


이 단편은 올리비에 트레네 감독의 첫 번째 영화이다. 지난해에 만들어진 이 작품으로 벨기에 루뱅국제영화제 유러피안 단편 경쟁 부분의 관객상 및 세자르영화제에서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후 감독은 상을 받았지만, 아드리앙의 최후는 결코 해피 엔딩이 아니다. 피아노 조율을 위해 찾은 한 집에서 살인현장을 맞닥드리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에 겨누어진 흉기를 애써 모른척 하며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가 연주를 끝낸 뒤 그에게 무슨일이 벌어졌을까? 올리비에 트레네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글쓴이 : 김싱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