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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JIMFF DAILY

[JIMFF 2018 DAILY N0.4] 볼리우드와 인디아 시네마의 현재

 

 

볼리우드와 인디아 시네마의 현재

세계는 지금 볼리우드가 대표하는 인도 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아미르 칸, 샤룩 칸 등 볼리우드 출신 배우들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당갈Dangal>과 <바후발리2Baahubali: The Conclusion>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유의미한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평론가 미낙시 셰데(Meenakshi Shedde)와의 인터뷰 를 통해 볼리우드의 개념과 인도 영화의 현 위치를 짚어본다.

*JIMFF 포럼 2018.8.12(일) 15:30 / 15:30 August 12(Sun), 2018 메가박스 제천 5관 Megabox Jecheon 5

 

 

 

1. <내 이름은 칸My Name Is Khan>부터 올해 개봉한 <당갈Dangal>까지 한국에서 볼리우드 영화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볼리우드를 비롯한 인도의 영화 산업을 소개해달라.

- 이번 제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받아 진행하게된 JIMFF 포럼 강연 제목이 ‘인도 영화 속 음악의 뿌리와 가지’다. 볼리우드가 제일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볼리우드는 인도 영화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있는 하나의 개념이자 언어일 뿐이다. 인도 영화는 43개의 언어와 사투리로 이루어져 있다. 할리우드나 한국의 영화가 하나의 언어로만 제작된다는 점과 비교해 인도 영화는 언어적으로 굉장히 풍부하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인도에는 다양한 언어가 존재하는 만큼의 영화 산업들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볼리우드와 마라티 영화(인도 영화 산업의 시발점), 민속 음악 등 다양한 주제들을 강연에서 다룰 예정이다.

 

2.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도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세계적인 스타 샤룩 칸(Shahrukh Khan)이 인기의 비결을 묻는 말에 이런 답을 했다. “서양에는 모든 것에 버튼이 있는 것 같다. 버튼을 눌러 오렌지 주스를 만드는 것처럼 버튼을 누르면 어떤 작용이 일어난다. 샤룩 칸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눈물이 나온다.” 독일은 감정을 표출하는 것에 상당히 보수적이고 프랑스는 영화를 신성시한 나머지 웃음이 나거나 눈물이 날 때 얼굴을 가린다. 반면 샤룩 칸이 나오는 영화는 조금 바보 같을 정도로 단순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히려 마음 놓고 울고 웃을 수 있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것이 인도 영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3. 인도 영화 산업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세계 영화 시장을 흔들고 있다. 제작 편수는 이미 할리우드를 넘어섰고 아미르 칸 주연의 PK는 <둠3Dhoom3>에 이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인도의 영화 산업이 급성장하게 된 요인은 무엇인가.

- 인도 영화는 생산성이 굉장히 높다. 제작 편수는 인도에 비할 나라가 없다. 인도 사람들은 크리켓 다음으로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데 이러한 성질이 영화라는 매체를 만나면서 폭발했다. 말했듯이 43개의 언어로 이루어진 다양한 영화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매년 엄청난 양의 필름이 쏟아지는 것이 다. 무성영화 시절에는 인도 영화 시장이 크지 않았다. 유성영화의 시대가 열리면서 사운드를 향한 열망이 시작됐다. 그 중 <인드라 사바Indra Sabha>라는 영화에는 무려 71곡이 나온다. 보통 대사가 많으면 ‘토키(Talky)’하다고 하는데, 인도 영화는 ‘싱이(Sing-y)’라고 할 정도로 대부분의 대사가 노래로 대체된다. 그만큼 인도 국민들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소리가 나오는 영상이라는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 노래와 춤이 가미된 영화를 우후죽순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런 형식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4. 미국 자본으로 만든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나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같은 인도풍 할리우드 영화들과 볼리우드 영화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 할리우드에서 인도와 관련된 영화를 만들 때는 마치 꼭 넣어야 하는 항목들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빈민가 출신의 인물이나, 신들의 도시 같은 영적인 요소가 없으면 인도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끊임없이 클리셰를 집어넣는다. 안타깝다. 한국인이라고 모두가 친절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지는 않는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인도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카마 수트라(성애를 다룬 인도의 경전)적인 섹시함을 영적인 내용과 동시에 다루는 다소 위험한 영화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인도 관련 영화들은 클리셰에 매여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인도의 모습들이 영화에 그대로 표출되는 대표적인 영화가 <성룡의 신화The Myth>와 <쿵푸 요가Kung-Fu Yoga>다. 개인적으로 당계례(Stanley Tong) 감독을 좋아하는데 인도의 클리셰적인 이미지를 짜깁기해서 만든 <쿵푸 요가>에서는 정말 실망했다. 사실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니 보일(Danny Boyle)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에서 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서티랫 앤 라라브(Suttirat Anne Larlarb)는 뭄바이 슬럼가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해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였다. 단순히 클리셰를 이용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5. 최근 ‘볼리우드’ 공식을 벗어나 내러티브(이야기) 중심의 개인과 일상을 다룬 영화나 사회 비판적인 인도 영화들이 조명받고 있다.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주제와 변주’ 프로그램에서도 <창공에서>나 다큐멘터리 형식의 인도 영화들에 주목했다. 이 새로운 경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인도 영화에 볼리우드 뿐만 아니라 다른 스타일의 영화도 존재한다는 것이 최근에서야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지, 늘 존재해왔다. 인도 문화는 다양성이 핵심이다. 볼리우드 특유의 밝고 경쾌한 분이기에 끌린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다른 장르의 영화들을 접하면서 인도 영화 전반에 대해 폭넓게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6.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는 관객에게 인도 영화 한 편을 추천해달라.

- <바지라오 마스타니Bajirao Mastani>는 정말 훌륭한 볼리우드 영화다. 할리우드의 뮤지컬 형식 영화는 사회 현상의 일종이다. 대공황이 미국을 휩쓸고 고달픈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하는 영화를 보고 위안을 얻었다. 반  인도 영화, 특히 볼리우드에 등장하는 춤과 노래는 아시아에 넓게 퍼져있는 구전 동화와 전설이 수천 년에 걸쳐 연극으로, 연극이 영화로 옮겨가는 유기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발전해 온 문화의 산물이다. <바지라오 마스타니>는 이런 점에서 종합 예술의 성격을 갖고 있다. 중세 인도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힌두의 왕과 페르시아(무슬림) 공주의 종교를 초월한 사랑을 담고 있다. 무슬림 스타일의 음악에 인도의 전통 시(蒔)를 입히는 등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두 문화를 한 곳에 담았다.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볼리우드 영화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아름답게 녹여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통역 강민경 글 정연경 사진 한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