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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6:57

[인터뷰] <은교>의 박해일

박해일이 가려는 길

 

멜로 영화의 달달한 캐릭터를 할 수도, 연이은 성공작의 뒤를 잇는 안전한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해일은 눈앞의 파도 대신 큰 해류를 타고 싶은 배우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배우 박해일이 기대되는 건 그 때문이다.



평범한 멜로는 거부하는 용기


<봉준호 감독이 만든 두 편의 영화 <괴물>과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은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두 편 모두 연기 선배 송강호의 그늘에 살짝 가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박해일은 종횡무진 극을 누빈다. 특히 <괴물>에서 그랬다. 극중에서 송강호는 자신이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괴물에게 납치되었는데도 성격 탓인지 싸움의 양상이 상당히 수세적이다. 괴물과 벌이는 혈투에서 송강호 대신 공격수로 나서는 사람이 바로 박해일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극의 분위기를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시키는 사람이다. 박해일은 대학을 다닐 때 꽤 열렬하게 학생운동을 한인물로 나온다. 지금은 의도적인 백수로 살아간다. 영화 속 단체 분향소에서 박해일이 ‘지랄’하던 장면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이 영화의 백미 중 백미다. 딸아이가 괴물에게 잡아 먹혔다고 생각하는 아빠 송강호와 할아버지 변희봉, 고모 배두나는 차마 통곡도 하지 못하고 꺽꺽 소리를 내며 울음을 삼킨다. 바로 그때 소주를 병나발로 불어 젖히며 와이셔츠는 바지 밖으로 비어져 나온 채 잔뜩 취한 박해일이 분향 소장으로 난입한다. 그러고는 냅다 형인 송강호를 향해 이단 옆차기 발길질을 하며 욕을 퍼부어댄다. 이 병신! 딸도 제대로 못 지킨 이 병신 새끼야! 아버지 변희봉은 그래도 형인데 그러는거 아니라며 뜯어말리지만 끝끝내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그는 급기야 바닥에 드러누워 발광을 해댄다. 동생에게 쥐어박히고 한쪽에 찌그러져 있던 송강호와 부득불 이 둘을 뜯어말리던 변희봉과 배두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 결국 다 같이 몸부림치며 통곡한다. 봉준호 감독은 이들의 눈물겨운 가족주의를 부감숏으로 잡아낸다. 그 장면 내내 온몸을 흔들며 슬픔의 분노를 터뜨리는 박해일의 모습이 여운처럼 이어진다. 영화 속 박해일에게 괴물이란 그가 젊은 시절 그렇게나 ‘처단하려’ 했던 정치 사회악의 대상들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 늘 사람들은 그런 괴물에게 먹히고 산다. 어쩌면 자기 자신도 그랬다. 그가 백수로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괴물과의 싸움에서 이미 한 판 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송강호처럼 징징댈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차라리 분노해야 하는 캐릭터다. 영화 말미에서 당당하게 괴물을 처치하는 사람은 송강호가 아니라 박해일이다. 그는 옛날 방식으로 괴물의 ‘아가리’에 멋지게 화염병을 맞춰 죽인다. 그럴 때의 그는 더 이상 비뚤어진 성격의 소영웅주의자가 아니다. 괴물과 맞설 때 박해일의 표정은 한때 세상을 향해 몸을 던졌던 세대의 진정성을 대표하는 듯 보인다. 영화 <괴물>에서 박해일은 정말 좋았다. 적어도 우리 편 같았다.


이상한 건지 아닌지 박해일은 지금껏 제대로 된 멜로 영화를 한 적이 없다. 여기서 ‘제대로 된’이란, 외모에 걸맞은 멜로 영화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박해일은 꽃미남이다. 작은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 등등 그의 외모는 차라리 아이돌형에 가깝다. 게다가 동안이다. 마음만 먹으면 적당한 키스신과 러브신으로 때워가는 멜로형 배우로 비교적 늦은 나이까지 안정적으로 배우 생활을 할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외면받았지만 이정욱 감독의 2003년작 <국화꽃 향기>야말로 박해일의 필모그래피에서 거의 유일하게 순애보급의 멜로 영화로 올라 있는 작품이다. 박해일은 이 영화에서 세상을 떠난 배우 장진영과 열연을 펼친다. 박해일은 세 살 연상인 여인을 향해 7년의 기다림과 구애를 펼친 끝에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하지만 그건 장진영이 이미 시한부 삶을 살아갈 때다. 여자는 죽음을 앞두고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갈등한다. 그래서 여자, 장진영은 묻는다. “왜 나를 사랑하니, 왜 하필 나야?” 남자, 박해일이 망설임 없이 답한다. “당신이니까. 바로 당신이니까요.” 선배로서, 누나로서 남자를 품어왔던 여자는 이때야 비로소 남자의 가슴에 안긴다. 영화는 비할 데 없이 구닥다리에다 신파를 넘은 신파지만 묘하게도 절절하게 가슴을 친다. 그 구식의 정서가 하도 오랜만이어서 오히려 신선하다는 느낌을 준다. 박해일은 여기서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당시 영화계에선 멜로의 신성이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사실 박해일이 더 관심을 기울인 멜로의 캐릭터는 딴 데 있었다. 박찬옥 감독의 경이로운 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에서 맡은 역이야말로 박해일이 좀 더 흥미로워하는 캐릭터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연상인 배종옥은 문성근과 불륜의 관계를 맺는 여자인데, 박해일은 그런 그녀에게 온통 마음을 뺏기는 순진남으로 분했다. 소파에서 배종옥과 섹스를 하면서, 그녀의 몸 안에 자신의 몸을 넣은 채로 그는 끝없이 중얼댄다. 그런데 그 대사가 묘하게도 지워지지 않는다.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 내가 더 잘할게요. 나도 잘할 수 있어요. 제발 그 사람하고 자지 마요.” 영화 속 박해일에게 배종옥과의 사랑이 먼저일까, 아니면 문성근에 대한 질투가 더 큰 것일까. 그 모호한 경계의 선 위에서 사람들은 늘 방황하고 갈등한다. 사랑과 질투, 선과 악, 정의와 이기, 순수와 욕망, 이쪽 선과 저쪽 선에서 두 팔을 벌리며 균형을 잡으려 애쓰지만 그게 늘 쉽지 않은 법이다. 박해일이 좋은 배우라는 건, 그 경계의 섬세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젊은 배우이고, 영화 인생이 향후에도 수십 년이 남은 배우지만 박해일에게서는 쉽게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캐릭터를 찾으려 애쓰는 저돌성을 보인다. 외모는 꽃미남이지만 추구하는 건 성격파 연기자다. 그는 때론 주연과 조연, 혹은 단역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미스터 프레지던트> 같은 영화에서는 대통령 장동건을 습격하는 괴청년으로 나온다. 보도자료에는 그의 타이틀이 이렇게 나올 뻔했다. 괴청년 역 박해일. 약간 수정이 가해졌다. 특별 출연 박해일. 주력 상업 영화에서 스타덤에 오른 배우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다. 감독들, 제작자들이 박해일을 아끼는 이유다.



또 다른 성취점을 향하여

“암사동 장엇집에서 감독님을 만났어요. <모던 보이> 이후 가끔 뵙곤 했죠. <은교> 얘기를 하시더군요. 박범신 작가의 소설책을 읽어보라고 하시면서. 먼저 작품 얘기를 해주셨어요. 소설의 주인공 이적요 역을 맡기고 싶다고 하셨어요. 나이가 70대여서 비주얼 면에서 부담은 좀 되겠지만 특수분장으로 충분히 커버가 된다는 거예요. 당신의 물리적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뭐 그런 얘기가 이어졌죠. 황당했어요. <이끼> 때 정재영 선배가 생각났는데, 그게 도저히 저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집에 가서 소설을 봤죠.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아니다. 감독님이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시나 싶었죠.”

그건 많은 사람도 같은 생각이었다. 정지우 감독이 <은교>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궁금했던 것은 70대 시인 이적요 역을 과연 누가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중견이면서도 스타성을 유지하고 있는 배우는 누구일까. 안성기? 한석규? 아마도 쉽게 배우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캐스팅 때문에 난항에 난항을 겪을 것이고, 그래서 자칫 ‘엎어지거나’ 실패하기 쉬운 영화가 될것이다. 그런데 정지우의 선택은 파격이었다. 그 누구도 그가 박해일을, 또 박해일이 <은교>를 선택할 것이라 짐작하지 못했다.

“아시잖아요. <은교>에서 이적요는 70대에도 마음속에 여전히 청춘의 폭풍을 담고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주인공 시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필명 ‘적요’(寂寥)의 느낌과 달리 자신의 수행 제자 서지우에게 살의를 품고, 10대 소녀인 한은교에게 연정을 품는, 뜨거운 열정을 지닌 인물이죠. 그걸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도 감독님의 생각은 그랬을 것 같아요. 70대 노인이지만 여전히 청춘의 느낌을 간직한 모습이면 좋겠다, 젊은 기운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뭐 그런 생각이요. 한 배우가 긴 호흡으로 극 전체를 끌고 가야 된다고 보신 거고 그래서 저를 선택하신 것 같아요. 그 지점 쯤에서 제가 아마도 감독님한테 넘어간 것이 아닌가 싶어요.(웃음)”


물론 <은교>에서 주인공 적요의 젊은 시절이 많은 부분 플래시백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젊은 시절이 묘사된다면, 그걸 두 명의 배우를 써서 구분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감독은 봤을 것이다. 그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설 <은교>를 읽은 사람이라면 그건 매우 중요한 문제이자, 섬세한 연출력으로 포착해야 할 지점이라고 수긍하게 된다. 소설 <은교>는 흔히 얘기되고 상상되듯 70대 노인과 10대 소녀 간에 벌어지는 섹슈얼하고 비정상적인 연애담이 아니다. <은교>는 작가 박범신이 노년에 엮어낸 대표작이자 걸작이다. 특이하게도 미스터리 스릴러의 기법을 차용한 작품 이기도 하다. 물론 이야기의 핵심에는 이적요가 느끼는 한은교에 대한 연정이 놓여 있지만 그건 어쩌면 진짜 주제를 감추기 위한 의도된 장막인 맥거핀이다. 이적요의 욕망은 넘치지 않는다. 그의 욕망은 순수하게 억제된다. 그보다 이들의 이야기는 예술가의 현실적 매명욕, 늘 애증 사이를 오갈 수밖에 사람 간, 남녀 간 관계의 비틀림에 대해 얘기한다. 박범신의 소설은 70대 노인의 누추한 욕정을 얘기하려는 척, 사회 현실에 대한 예술가의 고뇌, 사랑의 본질적 문제로 주제를 옮겨놓는다. 그 치환의 기술이 놀랍도록 정교하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박범신의 <은교>를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정지우밖에 없다.

“근데 그게 배우에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시겠죠. 표현해야 하는 것은 아주 다층적이거나 다중적인데 그걸 밖으로 드러내선 안 된다는 거요.(이 대목에서 그가 쓸쓸하게 웃었다) 동선을 최대한 없애고 움직임도 최대한 자제하고 가능한 한 속마음을 드러내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늘 그랬어요. 어떤 신을 해도 늘 덜 하자, 덜 하자고 되뇌었죠. 처음엔 참 힘들었는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혼자서 조용히 집중할 수 있도록 모두 저한테 맞추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고, 아 이래서 영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죠. 특히 같이 연기했던 김무열씨나 김고은에게 고마워요. 무열씨는 나하고 나이 차이가 그리 나지도 않아요. 만약에 현장에서 둘이 선배, 형 ,오빠 이렇게 부르고 지냈다면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의도적으로 나를 멀리하는 게 느껴졌어요. 저를 70대 노인으로 만들어준 거죠.”

왜 아니겠는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있었겠는가. 특수분장을 위해 일단 머리를 박박 깎아야 했다. 이틀인가 사흘에 한 번씩 밀어야 했다고 했다. 특수분장은 여덟 시간이나 걸리는 고된 작업이었다. 그는 노인들의 몸짓, 말투를 익히기 위해 혼자서 막걸리 몇 통 들고 탑골공원에 찾아가기도 했다. 노인들과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시인 이적요가 되기 위해 나이든 문인들, 음악 하는 사람들도 만나고 다녔다. “결론은, 그게 모방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냥 나대로 가자. 어떤 노인이 되기보다는 그냥 내가 늙었다고 생각하자. 그때부터 역이 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영화 <은교>는 올해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이 될 것이다.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아 비평적으로 접근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원작이 갖는 무게감과 그 의미를 생각할 때 영화 역시 만만찮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사람들은 촉각을 세우고 박해일의 연기를 볼 것이다. 예컨대 이런 장면에서 박해일은 어떤 모습일까. 은교에 대해 뒤늦게 연정을 느끼던 이적요 시인은 서지우가 파놓은 함정에 낭패를 겪는다. 그날 이후 이적요는 은교에게 몸과 마음의 빗장을 건다. 어느 밤 은교는 이적요를 찾아와 창문 밖에서 이렇게 애기한다. “오지 말라면 안 올게요. 그러니깐요, 저 땜에 할아부지, 감옥에 가둘 필요는 없어요. 젊으실 때도 10년이나 감옥에 있었다고 하셨잖아요. 할아부지, 이렇게 감옥에 있으면 안 돼요.” 그러나 이적요는 끝까지 침묵한다. 그 침묵엔 소리 없는 통곡이 숨겨져 있다. 박해일은 어떻게 소리 없이 울 것인가. 너무도 궁금한 장면이다.

은교가 이적요의 애제자이자 증오의 대상이기도 한 서지우와 격렬한 섹스를 나누는 장면 역시 영화에선 어떻게 처리됐을까 호기심이 인다. 격렬, 섹스같은 단어에 주목하지 마시라. 그 장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그 둘의 모습을 훔쳐 보는,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이적요의 표정이다. 거기엔 분명히 살의가 담겨 있으며 살의보다 더 섬뜩한 것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자신의 속내에 대한 공포이며, 그런 공포를 또다시 깨닫게 된 고통이자 절망이 숨겨져 있다. 박해일은 그 대목을 또 어떻게 표현했을까. 영화 <은교>는 그래서 이래저래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 두 장면을 놓고 한 질문에 박해일은 곤혹스럽게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이런 말을 덧붙인다. “아직 전체를 보지는 못 했는데요, 중간중간 편집본을 보니까 이적요의 모습이 귀여워요. 귀엽더라고요.(웃음)” 아마도 그건 이적요와 박해일이 결국 한 몸이 됐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일까. 사람이 사람의 진심을 알게 되면 역설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 마음속 폭풍을 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은교>는 박해일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영화 흥행은 차치하고 연기자로서 새로운 변곡점을 넘었다는 평가를 이끌어낼 것이다. 배우로서 그는 이번에 중요한 승부수를 던졌다.






요즘의 박해일은 완벽한 흥행 배우다. 특히 <최종병기 활>의 원 톱 연기로 7백5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끼>와 <심장이 뛴다> 등의 영화 역시 박해일의 연기로 더 큰 빛을 냈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안전빵’으로 가기 위해서는 투자 규모가 큰 상업 영화 몇 편을 선택하는 것이 영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은교>로 많은 사람의 예상을 꺾고 핸들을 크게 꺾었다. 박해일은 자신이 그저 평범한 스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내가 호기심을 느끼는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장을 즐길 수 있는 작품 말이죠. 잘해야지, 잘해야지 하는 강박이나 긴장감보다는 자연스럽게 몸을 맡길 수 있는 영화가 좋아요. 그런 작품을 할 거예요. 앞으로 평생. 저도 이제 그럴 때가 된 거 아닌가요?”

맞다. 이제 박해일은 그럴 때가 됐다. 하고 싶은 영화와 하고 싶은 연기로 평생 같이 가는 배우임을 천명할 때가 됐다. 영화는 때론 흥하고 때론 망한다. 흥행과 인기는 한 줌의 세월과 같다. 하지만 진짜 연기는 세월을 넘어선다. 새 영화 <은교>로 박해일은 세월의 허망함을 넘어서는 배우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은교>의 박해일을 빨리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