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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13. 23:31

FOCUS - 새 길 위에 선 멜로 거장, 허진호 집행위원장

 

 

영화감독이라는 직함 외에 다른 것을 떠올리기 어려웠던 허진호 감독이 제 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새로운 길 위에 섰다. 허진호 위원장은 제 2회부터 6회 까지 위원장을 역임한 조성우 음악감독과 오랫 동안 호흡을 맞춘 사이일 뿐 아니라 트레일러 연출과 경쟁부문 심사위원 역임 등 제천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바 있다. 스스로 제천을 줄곧 찾았던 사람으로서 청풍호에서 바람을 느끼며 영화를 보는 즐거움, 장면보다 더 강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의 힘을 잘 아는 허진호 위원장을 만나 제천의 아홉 번째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허진호라는 이름과 집행위원장이라는 직책이 나란히 있는 게 어색했다. 스스로도 기자회견에서“위원장과 감독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이 있었다”는 얘길 했는데.                                                                                                                                                        일단 스스로도 낯설다는 느낌이 많았던 것 같다.기자회견은 영화 제작발표회와 비슷한 형식이기때문에 조금 편한 것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감독으로 설 때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되었다면 이번에는 인사말 같은 것도 해야 해서 좀 낯설긴 했다.(웃음)

 

위원장을 하겠다고 결심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나는 계속 영화 일만 해왔다.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만들고 싶다, 영화감독으로 살고싶고, 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제니까 영화 일이 아닌 건 아니지만 새로운 역할이라는 점에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JIMFF는 계속 왔었고 전임 위원장과 친분도 있고 스태프들과도 굉장히 오랫동안 알아왔기 때문에 아주 낯설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아무래도 영화감독이 좀 게으르다. 이번 일을 하면서 좀 부지런해지면 앞으로 영화도 더 부지런하게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고 할까? (웃음)

 

색다른 공간에서 만나는 영화의 기억

아홉 번째 해를 맞아 큰 변화를 도모하기 보다는기존에 갖고 있던 장점을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하셨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그 장점이라는 게 무엇인가?                                                                                                                                    일단 영화가 다 재밌다. (웃음) 물론 음악영화라고 카테고리를 정해놓았기 때문에 제한적인 것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음악영화가 정말 재밌거든. 그리고 청풍호에서 영화를 보는 게 참 좋지. 어떤 영화를 보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공간에서 보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물이 있고 바람이 있는 야외의 호반이라는 색다른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영화를 보는 그 정서가 특별하지. 마음이 굉장히 예쁠 때 영화를 보기 때문에평생에 남는 기억인 것 같다. 영화를 보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위험한 관계>도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시대극이다 보니 세트나 복식이 두드러지는데 거기에 밀리지 않는 음악의 존재감도 강했다.                                                                                                                                                음악으로 가져가야 할 부분들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이전에는 정서적인 느낌들을 음악이 도와주면서 같이 가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이야기를 음악이 끌고 가는 장면이나 그 장면에 대한이야기를 음악이 설명해주는 식으로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썼던 것 같다.

 

영화보다 음악이 먼저다

“음악을 듣기 위해 영화를 보기도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예를 들면 어떤 영화인가? 옛날에 봤던 영화들이 가끔 기억나지 않나.                                                                                                                                                                             영화자체에 대한 기억보다는 음악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는 것 같다. 음악을 듣고 싶어서 어떤 장면을 찾아서 보기도 하고.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텍사스> 같은 작품은 라이 쿠더의 기타 연주를듣고 싶어서 다시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만든 영화를 다시 볼 일이 별로 없는데 조성우 음악감독의 음악이 듣고 싶어서 <봄날은 간다>를다시 보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살면서 비슷한 감정을 경험하거나 추억하거나 할 때가 있는데 그런 걸 끄집어내서 음악과 함께 영상을 볼때가 아주 가끔 있다. 영화보다 음악이 먼저다.

 

 

위원장을 맡은 뒤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영화제에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이 많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나도 2회부터해마다 JIMFF를 찾았다. 많이 참가한 편인데도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즐기지는 못 했던 것 같다. 짧게 다녀오다 보니 늘 아쉽고. 주위영화인들이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영화인들이 와서 즐기고 휴양하고 관객들과 어울리고 친해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글 김희주 사진 이진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