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dits> - Jasmin Tabatabai / Puppet
익히 누구나 알 만한 영화음악을 소거하고 필자만의 히든 트랙을 꺼내 들자니 음악 지식의 혜안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나마 조금은 아는 분들에게도 잊혀졌을 그 시간으로 되돌아 가 보았다. 보유 리스트 저 언저리에 고교시절에 보았던 독일영화 <밴디트>가 건져 올려진다. 이 영화 <밴디트>의 전후 맥락은 기억이 흐물흐물 한 가운데 그 OST 몇 곡만큼은 또렷이 감긴다. 지금은 구경하기도 힘든 그 동그란 CD플레이어에 딱 한 장 찔러 넣고 무한 반복으로 들어야만 했던 시절의 애장 리스트.
탁,탁,탁,탁 아인스, 쯔바이, 드라이, 퓌어! 영화 <밴디트>의 Puppet!
사진 – (인터넷무비 데이터베이스) http://www.imdb.com/media/rm3118767360/tt0118682
여고 2학년. 굳이 나누자면 필자는 영화를 하겠다며, 공부는 정도껏 챙기던 한량 같은 학생이었다. 고3이 바짝 다가오면서 너도 나도 안 하던 공부를 시작하는 가운데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라 주변 눈치를 보고 있었다고 보면 적당 할 것 같다. 자연히 공부를 안 하는 친구들이 드러나는 시기였고, 조용하게 어둠의 포스를 뿜으면서 베이스를 들고 다니던 반 친구와 부쩍 가까워졌다. 공부를 게을리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정말 없었다. ‘어둠의 친구’가 여자 아이들로 구성 된 밴드를 하고 있다기에 아는 지식을 총 동원해 말을 붙이려고 꺼낸 게 이 <밴디트>의 OST였는데, 나이스 샷! 그 아이도 애장하는 리스트 중 하나였다.
소개 전에 오랜만에 다시 꺼내어 <밴디트>를 보았다. 그때에는 제법 감각적인 영상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막상 마주하니 2000년대 초반의 뮤직비디오를 요즘 보게 될 때에 일어나는 감정과 흡사한 기분이 든다.
영화 <밴디트>는 감옥 내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여성인 루나, 마리, 앤젤, 엠마 네 명으로 구성 된 밴드 ‘밴디트’의 [도피 로드무비]다. ‘경찰의 날’ 행사 무대에 서기 위해 이동 되던 와중에 의도치 않게 탈옥하게 되면서 숨고, 쫓기게 되는 네 여성의 여정이 이 밴드의 음악과 함께 영화를 채운다. 극 중 밴드 ‘밴디트’의 보컬 역할로 분했던 Jasmin Tabatabai는 실제 배우이자 밴드 [카우걸 블루스]의 멤버로 OST의 곡들을 직접 불렀다.
극 중 네 명의 구성원이 처음으로 모여 합주하게 되는 곡이자, 탈옥자인 이들을 ‘탈옥 스타’로 만들어 주는 음악인 ‘Puppet’은 매력적인 보컬의 음색이 인상적인 곡이다. 고만고만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이어폰으로 이 음악을 들으면 뭔가 극 중의 도피 생활이 떠오르면서 덩달아 신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감상적인 발상이지만 고교시절에는 흔히들 수험생활을 수감 생활과 동일시 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그러한 얄팍한 비교도 서슴지 않던 태도가 만연했다.
또 이 <밴디트>의 OST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법 꼽는 대표 곡 중의 하나는 ‘Another sad song’ 일 것이다. 도피하던 네 명의 주인공과 이들에게 인질로 잡힌 아메리칸 보이가 아주 잠깐의 평온함을 맛 보는 동안 흐르는 이 곡은 Jasmin Tabatabai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영화임에도 대면하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탐닉하는 태도나 읽게 되는 맥락이 변모함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 속 음악이 주는 감흥은 예전과 다르지 않게 다가왔다. 어둠의 아이들처럼 CD를 나눠 들었던 그 친구도 여전히 이 음악에 비슷한 느낌을 받을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음악으로 충분히 지금의 이야기도 다시 엮을 수 있을 것 같다.
밴드 ‘밴디트’의 멤버들은 영화 속에서 음악을 통해 탈옥의 기회(?)를 얻고, 음악을 통해 도주 자금 3만 마르크를 손에 넣으며, 음악을 통해 넘치는 관심을 받고, 음악을 통해 두려워서 못해 보았던 것들을 이뤄낸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번 제천에서 그런 음악을 얻어 갈 수 있길 바래보며 조심스레 건네 본다.
By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술상영팀 상영관매니저 ‘꾸러기’
'JIMFF HOT > JIMFF`s Talk Talk' 카테고리의 다른 글
D-DAY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기자회견 (0) | 2013.07.22 |
---|---|
그 어느 때보다도 Good, 짐프리 전체교육을 추억하다 (0) | 2013.07.08 |
HIdden Track - <천국보다 낯선> : Screamin’ jay hawkins - I put a spell on you (2) | 2013.06.17 |
전 프로그래머의 “파리에서 만난 영화음악 전시회 (3) | 2013.06.10 |
HIdden Track - <The HELP> : Mary J. Blige - The Living Proof (0) | 2013.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