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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참가후기]

[JIMFF2011] 1박 2일의 여정 - 제천에서 만난 음악영화

2011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후기

1박 2일의 여정 - 제천에서 만난 음악영화


<마에스트로 - 카를로스 클라이버>




Carlos Kleiber - Traces to Nowhere

감독 : 에릭 슐츠

국가 : 오스트리아 

장르 : 다큐멘터리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영화다.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에 관한 다큐멘터리라니, 매우 궁금하고 기대되었던 작품. 에릭 슐츠 감독은 음악대학에서 오페라 연출을 전공했다고 한다. 첫 번째 작품은 테너 막스 로렌츠에 대한 다큐멘터리였고, 두 번째가 바로 이 영화다. 예상대로 그를 기억하는 연주자들, 가족들의 인터뷰와 함께 생전 그의 모습을 담고 있다. 또 평소에 촬영을 꺼렸던 그였지만, 리허설 장면을 촬영한 귀한 자료가 남아있어 이 영화를 통해 그가 단원들을 이끌고 지휘하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음악에 취해 지휘하는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모습은 마치 신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연주자들은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두고, 다그치지 않으면서도 단원들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지휘자였다고 회상한다. "음표를 위해 투쟁하세요."라고 했던 그의 말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이 얼마나 멋진 리더인가! 


<구스타프 말러의 황혼>




Mahler on the Couch 

감독 : 퍼시 애들론 , 펠릭스 애들론

국가 : 독일 

장르 : 극 영화 




클래식 애호가들 중에 이 영화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테다. 개봉이 불투명하니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는데, 영화제에 방문한 일정과 이 영화의 시간표가 묘하게 어긋나서 짬을 내어 시사실에 앉아 관람했다. 영화는 말러와 알마의 관계에 집중한다. 19살 나이 차를 뛰어넘은 결혼, 아이의 죽음, 알마의 외도, 그리고 말러가 알마의 음악 활동을 반대해서 생긴 불화. 작곡가로서보다는 한 남자로서, 인간으로서의 말러의 모습을 조명하는데, 영화의 화법은 예상보다 무겁지 않다.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영화 전체에 반복해 흐른다. 


<마이티 우쿨렐레>




Mighty Uke 
감독 : 토니 코울만 
국가 : 캐나다
장르 : 다큐멘터리



<마이티 우쿨렐레>는 하와이에서 시작된 악기 우쿨렐레에 관한 이야기. 꽤 많은 연주자들과 지금 우쿨렐레를 배우는 이들의 인터뷰를 포함해 우쿨렐레의 매력을 충실히 전하는 다큐멘터리로, 오랜 전통을 지닌 이 악기가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말한다. 작년 12월 재즈밴드 프렐류드의 공연에서 드러머 에이브의 우쿨렐레 연주를 인상 깊게 봤는데, 그의 인터뷰도 삽입되어 있어 반가웠다. 

<뉴욕의 남쪽>




South of New York 
감독 : 엘레나 보넬리
국가 : 이탈리아 
장르 : 극 영화



14일 저녁, 청풍호반 야외무대 상영작. 영화 상영 후 공연을 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백미, 음악프로그램 '원 썸머 나잇' 섹션이었다. <뉴욕의 남쪽>은 왕년에 잘나가던 스타의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유쾌한 코미디다. 음악 영화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유치했을 법한 유머가 음악 덕분에 자연스럽고 발랄하게 완성되었다. 이 영화의 주연이자 감독인 엘레나 보넬리는 뮤지컬 배우 출신인데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 때 방한해 국가를 불렀다고 한다. 그녀는 상영 직후 무대에 올라 몇 곡의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돋워주었고, 이후 김창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미운 오리 새끼>




The Ugly Duckling 
감독 : 가리 바르딘
국가 : 러시아
장르 : 애니메이션



이 영화, 뜻밖의 발견이었다.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던 러시아 애니메이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각색했고, 영화 음악은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다. 애니메이션 각색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건, 튀지 않는 편곡으로 애니메이션과 잘 어우러진 음악이었다. 블라디미르 스피르바코프가 지휘하는 러시아 국립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 오리의 동작에서 발레 장면을 연상시키고, '백조의 호수'의 가장 극적인 장면을 재치 있게 표현한 아이디어는 즐거운 자극이었다. 

<메르세데스 소사: 칸토라>




Cantora, an Intimate Journey
감독 : 로드리고 비라 
국가 : 아르헨티나 
장르 : 다큐멘터리



2009년 메르세데스 소사가 마지막 음반 <칸토라>를 녹음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그녀가 다른 뮤지션들을 만나 나누는 교감과 음악에 대한 생각 등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제천에서 본 다른 음악 다큐멘터리보다 더 철학적이고 진중하게 느껴진 이유는 카메라가 담아내고 있는 메르세데스 소사에 대한 존경 때문일 것이다


<중년 록커 이야기>




Farts of Fury 

감독 : 안드레스 마이미크, 랄인 톨크 

국가 : 에스토니아 

장르 : 극 영화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에스토니아 영화라는 사실을 주로 홍보하던데, 영화를 보고나니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토니아의 정서가 드러나는 이국적인 분위기보다는 유쾌한 결말을 예정한, 말 그대로 '중년 록커'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캐릭터들과 음악이 이번 1 2일 일정의 마무리를 해주었다



올해 제천 행을 결심한 건 순전히 두 편의 영화 때문이었다. 


<마에스트로 - 카를로스 클라이버><구스타프 말러의 황혼> 


영화에 집중하겠다는 본래 목적대로 1박 2일 동안의 일정을 가득 채워 극장과 시사실을 오가며 장편영화 7편, 단편영화 3편을 보고 돌아왔다. 기대하고 내려갔던 영화들은 물론 좋았고, 시사실에서 시간 쪼개어 챙겨본 다른 영화들 중에도 의외의 발견이 있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영화 프로그램만으로도 참 근사한 영화제다. 내년에는 프로그램이 더 풍성해지고 부대 행사나 즐길 거리도 좀 다양해지길.




글 : 안미영

원본 : http://kinoahn.tistory.com/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