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씨네
음악도 영화도 좋은데 뭘 봐야 할지는 모르겠다.
오직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놓치고 싶지 않다.
나만 알고 싶은 영화, 내 입맛에 맞는 영화를 보고 싶다.
그렇다면 ‘내 귀에 씨네’에 귀 기울여 보자.
단편 영화는 러닝 타임이 짧다 보니 영화제에선 여러 작품과 함께 상영한다. 모든 작품이 장편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상영이 끝난 후 ‘첫 영화가 뭐였더라…’ 혹은 영화 얘기를 막 하던 중 ‘이 영화가 그 영화가 아닌 거 같은데…’ 의심이 들기도 한다.
JIMFF의 단편 영화는 남다르다. 짧은 러닝 타임일지라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기발한 연출과 스토리가 스크린을 물들인다. 이번엔 2018 JIMFF 단편 영화에 초점을 맞췄다. 내 귀에 씨네, 불쑥 찾아온 마지막 이야기를 이어간다.
<모차르트 음악의 비밀>
뮤직 인 사이트 섹션은 한 음악가를 음악가로서 또 사람으로서, 더 나아가 그들의 보편적인 삶과 문화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주로 소개한다. <모차르트의 비밀>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피아니스트 다리아 반 덴 버르켄이 모차르트 음악을 연주하고, 이보 반 아르트 감독은 그의 연주를 선과 색, 물 등 여러 물체를 활용해 시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모차르트’라는 이름에 진입장벽을 느끼진 말 것. 오히려 모차르트 음악에 더 빠져들게 될 것이다.
<와키와 노래하는 강아지>
‘와키’는 엄마의 말만 믿고 교내 음악 경연 대회에 참가하지만 친구들은 무대 위의 ‘와키’에게 야유를 보낸다. 어느 날, 노래하는 강아지 영상을 본 ‘와키’는 자신의 강아지도 노래를 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끈질긴 연습에 돌입한다. 다시 한 번 교내 음악 경연 대회에 도전하는 ‘와키’의 무대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JIMFF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를!
<시가박스 블루스>
우울증 환자인 가수 ‘데렉’은 자살 시도를 하고 정신병원에서 눈을 뜬다. ‘데렉’이 눈을 뜨자마자 그의 광팬 ‘아담’은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어찌나 광팬인지 쉴 틈이 없이 ‘데렉’을 못살게 굴며 자신의 담배 상자 기타로 시끄러운 연주를 들려준다. ‘데렉’과 ‘아담’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조또마떼 사요나라 오지짱>
'재만'은 회사도 다녀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니 화려한 코스프레 계의 전설 ‘살라딘’이었던 과거는 청산하고 그저 평범히 살아가려 한다. 상견례를 코앞에 두고 '재만'에게 옛 동료 ‘니콜라스’와 ‘미쿠짱’이 나타나 솔깃한 제안을 한다. '재만'은 단호히 거절하지만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과 평범함의 기준이 <조또마떼 사요나라 오지짱>의 시발점이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되면 꼭 코스프레를 하면 안 되는 걸까? 나와 다른 취향과 성향을 가졌다고 평범하지 않은 걸까? <조또마떼 사요나라 오지짱>은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뮤지컬과 코스프레로 재치 있게 풀어낸다.
긴 상영 시간, 이해하기 힘들거나 뻔한 스토리, 진부한 연출에 지겨움을 느낀다면 JIMFF 단편 영화를 모두! 아낌없이! 추천한다. 여러분 생애 최고의 단편 영화가 지금 JIMFF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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