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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리뷰 인터뷰

[인터뷰] 정성은 “늙어서도 열정만큼은 지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8회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마련했습니다. 팔자토크!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8글자로 표현해주세요!  

 

“8월의 영화 대탐험”


 


 

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홀로 활동하는 1인팀이므로 저에 대해 소개하면 되겠네요. 제가 중학생이던 96년도 대중문화 ‘힙합’이 활발해졌는데, 저는 Graffity art에 무척 관심이 많았어요. 학교나 집에 틈틈히 스케치를 해 보기만 해보기도 하고, 특별히 활동한 건 없지만 워낙 미술과 만화를 좋아해서 대학 전공도 만화를 선택했어요. 졸업하고도 카툰이나 애니메이션 일을 계속 하다가 관련 회사도 다니고, 게임업계에서도 일을 해봤지만 결국 작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화뿐 아니라 예술 전반에 걸쳐 관심이 너무 많아서 방향을 못 잡고 이것저것 건드리기도 했죠. 지금은 틈틈이 스트릿 아트를 도전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페이퍼아트, 순수 일러스트레이션 등 작업해 보고 싶은 것들 투성이예요. 이제는 무엇인가 정착하고 싶습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접하게 되신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서울에서 일할 당시에는 가까운 부천판타스틱영화제나 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같은 곳이 제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영화제였어요. 그런데 지방으로 이사를 오니 전주영화제, 부산영화제 등 돌아다닐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더군요. 그러다 언젠가 통영에 갔다가 국제음악제가 있다는 걸 알고 다양한 지방의 문화축제에 관심이 생겼어요.


작년 봄에 처음 전주 영화제를 갔다가 여름에 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를 알게됐어요. 애석하게도 휴가 끝나는 날과 겹쳐서 제천에는 들리지 못했지만. 제가 평소 거의 신처럼 모시는 밴드 Sigur ros의 <Jonsi’s Go Quiet & Við spilum endalust>랑 <Swell Season>을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아쉬웠어요. 게다가 예전에는 Sigur ros의 <Heima>도 상영을 했더군요. 정말 아쉬워 탄식을 했어요.


그 이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꼭 경험하고 싶어 기다리다가 경험을 했어요. 그 이후로는 놓칠 수 없는 연례행사가 되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거리 예술에 직접 참여까지 할 수 있다니 정말 기쁘고 설렙니다. 다양한 음악영화들도 기대되고요. 특히 작년에 놓친 스웰시즌의 마르게타 이글로바의 내한 공연이 정말 기대됩니다.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에서 어떤 무대, 작품을 선보이실 건가요?

밋밋하고 심심한 거리를 걷다 보면 갑자기 기분이 울적해질 때가 있잖아요? 너무나 일상적인 것에 권태를 느낄 때 말이에요. ‘여기에 아주 작은 센스만 발휘해도 활기와 생동감이 넘치는 길이 될 텐데‘ 하는 갈증 같은 것이 있어서 저는 평소 주변을 둘러보고 관찰하곤 합니다. 제가 꾸며놓은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잠시라도 즐거워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주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재료에서 출발하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데요, 말하자면 락카 스프레이나 페인트 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이지만 한번 착색이 되어버리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그대로일 것이고, 이것은 바꿔 생각하면 작품을 지우거나 덧그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페인트가 또 소모될 것이며 공공의 의미에서 생각했을 때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위해가 되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거리는 늘 변화하고 유기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작업물이 지속성을 지녀야만 꼭 가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제가 사용할 라인테이프는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으므로 제 작업이 맘에 들지 않는 누군가가 슬쩍 손을 대서 다른 모양으로 바꿔 본다면 제가 해내지 못한 범위를 넘어 더 확장해주는 것이 될 테고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저 쫙쫙 뜯어다 버려버린다면 할 수 없지만, 그만큼 또 저는 어딘가에 만들어놓을 테니까요.


조명작업도 사실 지금도 계속 고민 중 입니다. 인공조명이 넘쳐나는 도시를 벗어난 자연 속에서 저의 빛 작업이 또 다른 광해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둠이 아주 깊고 넓어서 제가 만든 작은 ‘별’들이 아련하게 보이길 바라고 있어요. 


무엇보다 생각과 생각이, 감성과 감정이 오가는 순간의 느낌을 작품을 시작하려는 저나 그것에 손을 대는 관객이나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어요. 썩 대단한 감동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그런 스케일도 해보고 싶습니다. 





 

혹시 좋아하는 예술가나 가장 강렬하게 영향을 받은 예술가가 있다면?

스트릿아트의 대부, 영국의 Banksy와 아이슬란드 밴드 Sigur ros,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화가왕, Hundert wasser예요. 권력이나 위선에 대한 풍자와 Vandalism을 스트릿아트로 표현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낸 banksy의 혁명가적인 기질, 그리고 자신의 회화작업을 바탕으로 자연주의에 입각한 건축물을 지어 일생을 실천에 옮긴 Hundertwasser의 자연주의적 사상은 어릴 때부터 존경해 온 롤모델이었어요. 또한 Sigur ros가 특별히 무슨 메시지를 주거나 엄청나게 기발한 아트워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10대 후반이었던 시절부터 제 감성의 가장 큰 밑바탕이자 동료와 같았어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특히 2집이 좋아요.) 저는 자연스럽게 무엇엔가로 몰입되고 바로 그때 가장 순수한 상태가 되어서 작업에 깊이 빠지기도 하고 편히 쉬기도 합니다.


Theo Jansen과 Olafur Eliasson같은 아티스트들도 인간과 자연의 소통을 너무나 감동적이며 독보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대단한 사람들이죠. 정말 큰 충격이에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가장 강렬하게 인상을 받은 기억은 고등학생 때 친구 따라 갔던 대학로에서 구경한 설치미술가 ‘함진’ 씨의 사루비아다방 전시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때부터 ‘무언가’에 눈을 떴던 것 같네요.



 

현재 하시는 예술을 하시기 전에 하셨던 일?

앞서도 밝혔지만 만화애니메이션, 게임 쪽에서 일을 했었고 현재는 미술강사 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니까 영화미술을 해볼까 하고 기웃거려 보기도 했고, 밴드를 한 적도 있지만 주로 저는 상업적 용도로 쓰이는 그림을 그리는 기계나 다름없었어요. 만화애니메이션의 무한한 가능성, 확장성에 대한 매력이야말로 학문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걸로 돈을 벌어 먹고 살기에도, 철저히 독립주의적인 작품을 하기에도 제가 너무 부족하더군요. 끈기 있게 뭔가를 계속 이어가고 쌓는 레벨이 되기엔 아직 한참 멀었나봐요.






 

미래의 꿈이 있으신가요?

꿈이라, 나이를 정말 많이 먹어 늙어서도 열정만큼은 지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만약 정말 이룰 수만 있다면 우주여행을 꼭 해보고 싶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기획하시는 공연이 있으신가요?

제가 작정하고 해보자 하고 마음먹은 작업은 많은데 시작은 벌려놨지만 마무리가 안 되는 일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일들을 모두 마무리 하는 것? 사실은 이게 먼저인 것 같아요. 요즘 하고 있는 일러스트 작업도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아 걱정이 큽니다. 


아무튼 제천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겨울 되기 전에 다양한 야외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혹시 제 작업을 발견하시거든 멋지게 바꿔 보시길. 그리고 ‘인증’ 부탁드려요.

모두가 즐거운 페스티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