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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HOT/JIMFF`s Talk Talk

Oneal의 클래식 정복기 #6



늙으면 잠이 없다.

 

늙으면 잠이 없는 것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잠자리에 들어도 잠들기까지 한참이나 걸리는 사람,

이것 저것 잡생각을 하다가 겨우 잠드는 경우, (나 같은 사람이지요.)

 

다른 하나는 눕고 머리를 베개에 대면 바로 잠드는 사람.

최면에 걸리듯 하나 둘 셋, 레드썬!’을 외치기도 전에 잠에 빠져드는 경우,

(우리 사무실 국장님과 같은 사람이지요.)

 

어느 날 국장님이 자동차 사고를 당했습니다.

신호등 앞에 서 있는 데 뒤에 있던 큰 차에 받쳤습니다.

차는 며칠 수리가 맡겨질 만큼 부서졌지만 그녀는 중상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근데 사고 이 후에 그녀에게 후유증이 생겼는데요,

그것은 바로 '불면증'입니다.

 

그녀의 놀라운 '수면력', 잠자는 힘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머리를 베개에 대면 자는 능력과 겸하여 22시를 전후하여,

빠를 경우 아홉 시 뉴스가 시작 하기도 전에 잠들어

다음 날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자는 위대한 힘, '수면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새벽 2시에서 3시까지 잠을 못 자고,

자려고 누워도 잘 잠들지 않는 '불면'에 시달리기 시작 했다는 거지요.

 

처음으로 잘 못 자는 것을 체험한 후 나의 잠 습관 -새벽 2-3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눕고,

자기 전에도 한참이나 뒤척이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잠재의식에 숨어 있던 새로운 진실을 고백하듯,

예수를 처음 본 것을 증언하는 막달라처럼 말했습니다.

 

잠을 잘 못 자는 것은 고통입니다.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는데

늙음의 형벌에 잠을 못 자는 고통까지 이중 처벌을 받게 되다니 억울하다, 그런 맘이네요.

 

사실 돌아보면 20-30대에 잠을 더 못 잤던 것 같은데,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초조함,

끝없이 진동하고 흔들렸던 자아는 한 없이 많은 밤, 잠 못 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나도 여전히 불안하고,

더욱 이룬 것이 없어 초조하고,

변함없이 진동하는 자아를 품고 있지만,

요즘은 잠이 든 순간부터 아침까지는 잘 자는 것 같네요.

 

진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그게 나니까!

그것이 나라는 사람이니까!

 

어떤 사람은 책만 보면 잠이 온다는데,

어떤 사람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잠이 온다는데,

내 경우에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특히 잠이 오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글렌 굴드가 연주했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불면증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변주곡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물었지요.

 

"변주곡이 뭐에요?"

 

"주제와 변주 몰라?"

전프로님은 되물으셨습니다.

JIMFF 영화 섹션 중에 '주제와 변주'라는 것이 있거든요.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신작 영화나 기존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섹션으로

매해 정하는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섹션인데요,

이것은 한 가지의 주제를 작곡가의 음악적인 상상력으로 변주시키는 클래식 음악 형태에서 착안 한 것을 말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작곡가가 변주시키는 클래식 음악의 한 형식,

변주곡,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골드베르크 백작이 낸 주제를 가지고 바흐가 완성한 곡인 것이지요.

 

백작의 낸 주제는 '불면'입니다.

 

자신의 불면증을 위하여 바흐에게 요청한 음악, 골드베르크 변주곡, 재미있습니다.

클래식 들으면 잠이 온다니,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이제 열심히 클래식을 듣기로 하였으니, CD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클래식을 들으려면 CD를 사야지요.

잘은 모르겠지만,

음원 파일을 다운 받는 사이트에서 돈 내고 클래식 음원을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프로님한테 CD 몇 장을 건네 받은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즉시 음원을 리핑하고 CD를 돌려 드렸지요.

 

그렇지만

 

"마니아는 CD를 사는 법이야!"

 

이런 맘의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를 따라 인터넷 사이트로 CD를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인터넷 서점 사이트로 들어가서 클래식을 클릭해보니 예상보다도 CD의 종류는 너무나 많았습니다.

 

바흐만 검색해도 너무 많은 종류의 것들이 화면을 채웁니다.

음반, 클래식, 바흐, 검색 결과 2,981.

 

여기서 하나를 선택하기에는 나에게 아직 내공이 부족합니다.

 

"그래, 음반을 산다면, 역시 시작하게 해준, 바흐, 글렌 굴드, 골드베르크 변주곡, 을 사는 거야"

 

찾았습니다.

이렇게 범위를 줄여도 음반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인내심, 천천히 살펴보았지요.

 

가능하면 최신 발매, 하지만 가격은 적당히, 국내 음반 보다는 해외 음반.

겨우 겨우 찾아서 주문과 결제를 완료 했습니다.

배송일 14일 예정.

 

"그래. 해외에서 구매하는 거니까, 직구니까!"

마니아는 이런 맛이군요.

 

기다리던 CD가 왔습니다.

기뻐하며 - 춤은 추지 않았지만- 천천히 살펴 보다가 CD의 뒷면을 보고 이상한 것을 발견 합니다.

 

아무리 내가 영어를 못 한다지만, 앞면의 제목은 정확히 영어로 써 있는데,

뒷면에는 알파벳으로 쓰여 있지만, 전혀 읽을 수가 없네요.

 

다시 천천히 살펴 봅니다. ‘SONY MUSIC ENTERTAINMENT GERMANY’,

 

독일에서 출시된 음반을 산 것 일까요.

 

연주자는 캐나다 사람인데, 녹음은 뉴욕에서 1955년인가, 뉴욕에서 한 건데,

SONY KOREA GERMANY, 내가 처음 산 클래식 CD는 독일 출시본이네요.

 

아무리 잠을 못 자도 아침은 오고, 그리고 출근은 해야 합니다.

 

내 핸드폰에 들어 있는 MP3를 듣습니다.

아침에 듣기 좋은 음악은 내가 가진 것 중에는 슈베르트가 적격, 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침 출근 길, 버스에서, 날 달래 줄 음악,

 

참 나 CD플레이어가 없습니다.


Mstislav Rostropovich(Cello), Benjamin Britten(Piano)_Schubert_ Arpeggione Sonata In A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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