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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HOT/JIMFF`s Talk Talk

Oneal의 클래식 정복기 #8



비가 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비는 사람의 기분을 멜랑콜리하게 만듭니다. 그 기분은 나이나 때를 따지지 않네요. 

40대 아저씨도 창 밖으로 흐르는 비를 보며 우울감에 빠집니다. 비 오는 날의 우울한 감성 더하기 그 감수성에 더욱 예민했던 20,30대 시절에 대한 그리움까지, 두배 세배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되네요. 


미생이 인기네요. 드라마에 나왔는지 모르지만 원작 만화에 분명히 있는 대사가 하나 있는데요, 미생 전체에서 내게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대사입니다.

'이사는 하늘을 나는 사람이 아니라, 땅에 발을 딛고도 구름 위를 넘어 하늘을 볼 수 있는 거인이다' 이 문장과 함께 거대한 사람이 도시를 걷고 있고 가슴 밑으로 구름과 높은 고층 빌딩이 보이는 컷이 나와 있었습니다. 


사람은 땅을 디딛고 하늘을 보는 동물!

땅에 발만 닫고 하늘을 보지 못하는 자!

땅을 묻힌 발을 가진 자는, 꿈을 꾸지 못하고 현실에 얽매여 있는 사람.

현실은 창 밖 너머 흐르는 빗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창문 안 사무실에 있는 것.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다 보면 가끔, 감옥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도 나를 감시하거나 감금하는 자는 없지만 나도 모르게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움추려 지친 나를 바라봅니다. 


땅을 밟고 있는 자는 꿈을 거세 당한자. 

땅을 박차고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싶지만 그 비상의 결과는 언제나 이카루스의 추락 뿐이라는 것을 너무나 뼈 아프게 아는 나이. 


그래서 더욱 겁 많은 나이, 측은한 나의 사무실 창가의 흐르는 빗물은 나의 겁먹은 자아를 비웃는 것 같네요. 


흐르는 빗물은 40대 아저씨를 비웃는다. 아저씨는 비웃음에 쓸쓸해 지는 것 말고는 딱히 대응의 여력을 가지지 못 합니다.


음반을 뒤집니다. 아이듄즈 보관함을 뒤집니다. 이럴 때 들으면 마음을 헤아려 줄 음악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리 틀고 저리 틀고 배배 꼬인 마음따라 몸도 배배 꼽니다.


'베토벤은 남성적이고 마초적이기까지 하다' 내가 들었던 팟케스트의 클래식 강좌에서 들었던 말이다. 앞 뒤로 무슨 맥락이 있었고, 베토벤을 그렇게 함부로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지는 않겠지만, 이런 '단순규정'이 나같은 초심자에는 더 이해와 접근이 용이하게 해주는 장점.


'남성적'이라는 것은 모짜르트와 비교해서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남성적이라는 표제는 교향곡 3,5번에 나오는 강렬함에서 기원됐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윤동주 시인 버전으로) 스치웁니다!


베토벤 이 괴짜 양반은, 그 곱슬머리는, 겉으로는 강한 척 하고 마초인 척 했어도, 그 속은 정말 섬세하고, 예민하고, 여성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예술가, 음악가로써 '예술적 감성'을 기본적으로 가졌을 것이고요, 거기에 더해서 내면에 부드럽고, 솜털 베게 같이 포근하고, 화이트 초콜렛 처럼 편안함, 여성적인 내면이 숨겨 있다는 확신 같은 것이 듭니다.


베토벤 피아온 소나타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 느낌 같은 것이 오네요!


"모든 남성 안에는 여성이 숨어 있다. 나의 염색체도 xy로 되어 있다. 늙을수록 눈물이 많아진다. 늙을수록 여성호르몬 증가로 얼굴이 둥글어 진다. 늙을수록 말이 많아진다." 늙을수록 남자의 내면에 숨겨진 여성들이 커집니다. 좋을 가? 나쁠 가? 좋고 나쁨이 없다, 그냥 순응하는 것이지요.


영화 '터너', 위대한 화가 터너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에 흐르는 메인 테마 음악은 '비창'이었습니다. 비창이라는 이름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군요, 하나는 베터벤, 하나는 차이코프스키, 이 영화에 흐르는 음악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이니요. 위대한 풍경 화가 '터너'의 작품을 영화 화면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놓은 영상 위로 피아노 소나타가 흐릅니다. 창 밖으로 비가 내리는 사무실에도 잠시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이 흐릅니다.

아! 한번 더 가고 싶다. '일 년 365일 중 328일 비가 오는 나라 스코트랜드', 그 애딘버러에 가고 싶다.


Emil Gilels - Beethoven Piano Sonata No.8 in minor, O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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