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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HOT/JIMFF`s Talk Talk

Oneal의 클래식 정복기 #9



욕망은 소유와 반비례 하는 것 같다.

 

빈곤은 욕망마저 거세한다. 이미 소유한 것이 넘치고 충만한 사람의 욕망이 가진 것이 없고 가난한 사람의 욕망보다 더 강렬하고 거대하다.

 

가난한 자는 '갖고 싶은' 것이 되려 적다. 가질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음을 알기에, 가지려고 억지 부리지 않는다.

 

담배를 끊으려 한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담배를 끊는다며 신문에 기사까지 내었던데, 세상이 담배 피우는 사람을 미개한 사람처럼 취급하고,

쓰레기통 옆에나 독가스실 같은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자니 서럽고 처량하고 치사해서 끊었단다.

 

이 얼마나 가진자의 풍류빨인가!

 

담배값이 올랐다. 더는 세금 낼 수 없다. 이미 내는 소득세, 자동차세, 주민세, 의료보험, 국민연금, 그리고 기타 부가가치세를 필두로 하는

간접세들 이것으로 쪼그라든 수입에 수많은 나의 욕망들이 거세 당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안 담배마저 앗아 갔다. 더는 세금을 낼 수 없

. 이제 나는 금연으로 저항하리라!

 

솔직히, 더는 세금을 낼 수 없다는 굳은 의지는 포장지 일 뿐 실제로는 담배값이 부담스럽다. 나의 지갑, 얇아 담배값 마저 무겁다.

 

거리를 달리며 소리 치고 싶다.

"더는 세......"

 

점점 욕망이 작아 진다. 늙어 가면서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조금씩 줄어 든다. 그러다 살기 싫어지면 죽겠지.

 

내 취향의 연대기, 노트북 욕망의 연대기는 다음과 같다.


대우, 삼보, 삼성, HP,LG 이런 순서로 노트북을 사용했다. 대우 노트북은 플로피디스크 넣는 것과 CD가 외장형이었다. 삼보는 넷북이라서

CD플레이어가 필요 없었다. 삼성은 아주 오랫동안 잘 쓰고 여동생에게 넘겨 주었다.


삼성을 넘겨 주고 미국에 있는 동안 미국 내 전자 제품 전문 판매 샵인 BESTBUY에서 구입해서 사용 했던 HP는 오랫동안 잘 써먹었다.  

HP에 붙어 있던 CD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미 cd가 컴퓨터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닌 시기가 되었고, 새로산 LG노트북은 경량화를 위해 

CD 자체가 있지 않았다. CD를 플레이 할 도구 없다.


쳐박아둔 낡은 HP 노트북을 꺼내었다. 클래식 CD를 듣기 위해 꺼낸 낡은 컴퓨터는 탈탈 숨찬 소리를 낸다.

난 은퇴,은퇴해..했어. 난 은퇴 했어어엉어…”


음악 소리보다 CD 돌아가는 소리가 더욱 크다늙었구나, 더는 CD플레이어로 기능은 이미 상실, 더는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불임의 CD

늙음은 언제나 짠하다.


그래도 늙으면 늙는데로 쓸모가 있는 법, 탈탈거리지만 CD파일을 디지털 WAV파일 전환용으로 충분히 쓸 수 있었다.


나의 자화상 늙은 HP 그래도 아직 할 수 있는 것은 있지요, 늙어 꾸는 꿈, 나는 아직도 꿈꾸는가?

 

클레식 음악 듣기에서 '소리'의 차이, 소리의 질은 민감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좋은 재생기, 더 비싼 재생기를 가지고 싶어 한

. 클래식을 들으면 더 좋은 소리에 대한 욕망이 생긴다. 이 소리에 대한 욕망은 아주 예민하고 작은 크기를 향한 욕망이다.

 

음악을 크게 듣고 싶어서 고출력, 고사양 고비용의 장치들을 사용하는 것으로 오인 할 수 있지만 소리를 키우고 출력을 높이는 이유는 역설

적으로 아주 작고 미세한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기원한 것이다.


녹음된 음악을 재생하는 기계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것은 '라이브'에 가까운, 공연장에서 직접 듣는 것과 같은 수준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

이다. 그 기준은 미세하고 섬세한 숨결같은 소리들이다.


피아노 건반에서는 손을 떼었지만 패달에서 발을 땔 때까지의 작은 여음들, 팀파니에서 채를 거둔 뒤에도 나는 미세한 북의 떨림, 오보에의 

아주 낮고 여린 소녀의 속삭임 같은 잔향들.

 

우연히 집에서 들을 때, 버스에서 리시버로 들을 때는 놓친, 작은 소리를 우연히 찾아 들을 때의 작은 만족. 숨겨진 소리를 통해 내 새로운 욕

망을 찾을 수 있었다.


"전축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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