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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Track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David Bowie - Space Oddity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David Bowie - Space Oddity

 

                              

 

극 초중반에 월터는 소위 '멍때리기'를 통한 상상의 끝을 보여줍니다. 그런 상상 장면이 단순히 웃기다거나 스펙터클하고 재밌다라는 느낌만 들지 않는 이유는 월터의 일상에 대한 묘한 동질감이 들어서입니다. 이제는 진부한 소재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반복적인 삶에서 떠나라' 라는 메시지는 여러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서점에만 가도 널렸습니다. 피곤할 정도로 대책없이 쏟아지는 그런 메시지들에 가끔은 '떠나고 돌아온 뒤 카드값 복구 하는 법'이라는 책을 써서 패키지로 내면 잘 팔리지 않을까 라는 우스운 상상도 해봅니다.

 

                                    

 

 

이 영화도 사실 너무나도 기발하고 좋았던 초중반과 달리 후반으로 가면서 결국엔 비슷한 메시지로 진부해지긴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그저 그런 비슷한 영화들과 확실히 다른 이유는 주연을 맡은 벤 스틸러가 직접 선곡한 음악들과 함께 흐르는 여러 중요한 장면들에서 극 중 주인공인 월터가 용기를 내고 걸음을 내딛는 과정이 크게 와 닿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그린란드의 어느 허름한 바에서 헬기로 뛰어오르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밖은 금방 폭풍이 휘몰아칠 것 같은 날씨에 헬기 조종사는 컵 바닥에 깔린 김빠진 맥주까지 비우고 만취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조종대를 잡습니다. 월터가 저 헬기에 몸을 실지 않는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월터는 용기를 냅니다. 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막 이륙하는 헬기에 몸을 던집니다.

 

그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Space Oddity는 영화 속 월터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작과 데이빗 보위의 노래 속 의미가 겹쳐지며 대단히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이 장면 이후로 더 이상 월터의 상상은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의 현실이 이제 상상보다 더 놀랍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장면에 흘러나오는 David BowieSpace Oddity 곡은 참 매력 있습니다. 가사 내용 또한 우주비행사 톰이 우주로 발사되는 순간과 우주에서 지구 관제센터와 교신하는 내용으로 미지의 탐험에 대한 도전 정신 그런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뭔가 들으면 들을수록 우주에 홀로 남겨진 톰 소령의 고독이 느껴지기도 하고 매번 느낌이 달라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실제 가사 뒷부분도 굉장히 우울하기도 합니다.

 

 

<월터가 헬기로 뛰어 올라타는 장면의 영화 버전입니다. 효과음을 제외한 음악의 분위기만 놓고 봐서도 조금 더 밝고 희망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 음악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를 보면서 생각이 났던 곡이기도 합니다. 가사의 내용이나 음악의 분위기만 놓고 봐서는 <그래비티>의 배경음이나 엔딩곡으로 쓰여도 이상하지 않을 곡인데 이런 벤 스틸러의 영화에 절묘하게 쓰이니(물론 편곡하긴 했지만) 참 대단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뮤직비디오이기도 합니다. 캐나다 출신의 우주비행사 크리스 햇칠드가 실제 ISS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로 귀환 전에 찍었습니다. CG가 아닌 실제 우주의 모습과 우주정거장 내부의 모습이 오히려 덤덤하게 보여집니다. <그래비티>의 몇몇 장면들도 생각이 납니다.>

 

 

<1972년에 발표된 원곡입니다. 위 두 곡의 버전과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도 개봉했습니다. 지나간 과거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상상이라는 서로 정반대의 소재이긴 합니다만 두 영화를 보고 나서 느껴지는 바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결국 지나온 과거에 대한 미련 혹은 반성과 앞으로의 변화될 미래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소소한 일상에 머무는 지금 이순간 또한 소중하게 여겼으면 하는 두 감독의 메시지가 느껴집니다.

 

비록 여러 현실(카드값 등등) 때문에 그린란드행 비행기에 당장 올라타거나 헬기에서 뛰어내려 상어와 싸울수도, 화산의 불길을 피해 엑셀을 힘껏 밟을 수는 없지만 소소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언젠가 이런 블로그에 나도 글 써봤으면..' 하는 상상을 했었지만 이렇게 이루어졌으니까요.

  영화 속의 월터처럼 앞으로 우리의 현실이 상상보다 아름답길 바라면서 영화 속에 중요하게 인용되고 실제 월터의 직장이었던 라이프지의 모토이기도 한 문장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