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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HOT/JIMFF`s Talk Talk

[Hidden Track] “당신의 여름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의 여름은 어디에 있습니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자원활동가 페이지의 첫 문장이다.

내가 먼저 대답하겠다. 나의 여름은 제천에 있다.


 

스물 두 살에 공연팀 인턴을 시작해서 서른 하나 이벤트팀장이 되기까지, 아홉 해의 여름을 제천에서, 음악과 영화와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내 청춘의 장소이고, 나의 20대가 누린 여름이다. 한계를 몰라 영원할 것 같았던 첫사랑이고, 한때는 뱉지 못하는 씹던 껌이자 의리 있는 오랜 동무이다. 첫 출근 날 복사기 버튼을 누를 때도 손가락이 떨렸던 시작의 공간이고, 밤새 고민하고 화를 내고 끌어안았던 찰나들이다. 중앙시장 어머님들이 잘라주시던 탐스러운 수박같이 시원했고, 청풍과 의림지에서 의자를 나르던 자원활동가들의 웃음만큼 늘 뜨거웠다. 나에게 인생의 선배들과 평생 어깨를 걸어줄 친구와 풋풋한 사랑을 주었다솔직히 너무나 사랑하지만 가끔 너무나 징글징글했던


그래, 내겐 또 하나의 가족이다.

 

어떤 가족,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각자의 사연이 있는 6명으로 이루어진 한 가족이 있다. 가족이지만 가족 같지 않고, 평범하지만 정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이 가족은 서로에 대해 늘 날을 세울 뿐이다. 그런 가족이 노란 미니 버스를 타고 길 위에 오른다. 전혀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은 꼬마 미녀 대회 ‘Miss Little Sunshine’을 향해 간다.

  ‘디보츠카 DeVotchKa’ 라는 밴드의 음악은 가족의 여정과 함께한다. 이다. 아메리칸 인디 펑크와 포크 기반에 동유럽의 집시 음악을 녹여낸 콜로라도 출신의 밴드로,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였다. 생소한 악기들을 사용한 그들의 음악은 길 위에선 가족들 속에서 유유히 흐른다.  

 


길 위에서, 노란 미니 버스에 함께 올라타는 일

차도 그들만큼이나 고장이 나 있다.

함께 가기 위해서는 고장난 차를 밀고, 한 명씩 달려 차에 올라타야 한다.

달리는 차에 손을 내미는 동안, 그들은 함께웃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자주 넘어진다. 실패하고 두려워하고 도망친다. 실패의 맞은 편에는 성공이나 승리 같은 것들만이 있고, 우리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그 반대편에 서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나 성공 그 사이에 놓여도 괜찮다. 사실 우리에겐 사이에 놓여 있을 때, 함께 웃어주고 달려주고, 노란 미니 버스에 올라타주는 가족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달리다가 보면 실패나 두려웠던 것들은 하나의 해프닝이며,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 그래서 우리 어떤 날에 아무렇지 않게 실패 해도 괜찮다.

 

How it ends,

 

제천국제음악영화제라는 가족에게서 난 웃는 법을 배웠고, 사이에 있는 법을 배웠다. 길 위에 서는 법을 배웠고, 어떤 것들은 그대로 괜찮다는 것도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여름이 제천에 있기를 바란다.

 

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라는 노란 미니 버스를 탔었다.

그리고 여름을 보냈고, 아쉽게도 버스에서 먼저 내린다.

하지만 아마도 이것 또한 다른 시작이며, and 가 될 것이다.

 

 

How it ends – devotchka (OST 수록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