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FF 공식블로그 :: [Hidden Track]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 <M>

2014.06.24 12:14

[Hidden Track]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 <M>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 <M>

안개’ - BoA

 

 

음악으로 기억 되는 영화가 있다. 내게는 이명세 감독의 영화 <M>이 그랬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감독과 톱스타 강동원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확실히 스타일은 정말 멋지지만, 어딘가 난해하다는 생각을 버리긴 어려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많은 사람들의 평 역시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가 좋았다. 스크린에 빛을 끌어온 것 같은 아름다운 화면 연출 때문이기도 했지만, 영화 내내 흐르는 이 음악, ‘안개때문이었다.

 

 

BoA가 부른 영화 M의 주제곡 안개

 

영화 속에서 이 노래는 여러 버전으로 변주되어 흐른다. 주인공 민우와 미미 역의 강동원, 이연희가 직접 부르는 장면도 있다. 칠흑 같은 검은색과 보라색의 대비가 인상적인 미스터리 (Bar)’에서의 장면이나, 환하고 아름답지만 어딘가 구름이 낀 듯한 과거 민우와 미미의 첫 사랑 등 각 장면의 이미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안개라는 이 노래 덕분에 하나로 모인다. 명확하게 기억할 수 없는, 어슴푸레한 과거와 방향을 잃은 현재 모두 안개처럼 뿌옇고 흐릿하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결국 민우의 현재와 과거라는, 영화 전체를 상징하며 지배하는 테마이다. 덕분에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안개마냥 뿌옇게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은 좀 남을지 몰라도, ‘나홀로 걸어가는-‘으로 시작하는 노래의 멜로디만큼은 명확하게 뇌리에 남을 것이다.

 

 

애초에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가 우연히 뮤직비디오를 보고 이 노래를 영화관에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기 때문에, 개봉 당시 혹평이 지배적이었던 것에 반해 나는 만족스러운 관람을 마치고 나왔다. 아름다운 화면이 주는 충족감이 꽤 컸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흐르는 보아가 부른 버전의 안개가 마음에 콱 박혀 오래도록 떠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리드미컬하게 깔리는 베이스 라인과 비트, 꿈꾸는 것 같은 멜로디, 청아한 보컬의 목소리까지. 댄스가수 보아가 평소 부르는 노래 스타일과 너무 다르다고? 당연하다. 원곡은 1967년 당대 한국 최고의 작곡가였던 故 이봉조가 쓰고 가수 정훈희가 노래한 것으로, 당시 김승옥의 단편 소설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안개>의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영화와 함께 크게 히트했다고 한다.

 


1967 김수용 감독의 영화 <안개>. 배우 윤정희의 데뷔작이기도 한데,
그녀는 이 영화로 이듬해 제4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한다.

 

영화의 주제곡으로 쓰인 보아의 버전은 편곡에 가수 윤상이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윤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의 전주만 듣고도 어딘지 낯익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윤상 특유의 느낌이 묻어나 있기도 하다. 그가 이 곡의 편곡을 맡게 된 것은 당시 보아, 이연희와 같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던 인연도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본인이 정훈희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본인의 4집 앨범 중 소월에게 묻기를이라는 곡을 정훈희가 직접 부르기도 했을 만큼 윤상과 정훈희도 나름대로의 인연이 있다.

 

원곡 가수 정훈희 버전의 안개’ (1987년 방송) 

 

 

정훈희는 이 곡을 부르면서 16살의 어린 나이에 가수로 데뷔하고, 이후 영화와 노래가 동시에 큰 히트를 치면서 당대의 디바로 등극하게 된다. 2008년에는 40주년 기념 음반을 발매하며, 다양한 후배 가수들과의 작업을 통해 본인의 지난 곡들을 다시 새롭게 부르기도 했다. 이 영화 <M>을 통해 정훈희라는 이름을 알게 된 나는 이후 그녀의 팬이 되어,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래된 노래들을 즐겨 찾아 듣곤 한다. 그 때문에, 여전히 영화 <M>은 아름다운 영상만큼이나 안개, 윤상, 정훈희의 영화로 내게 기억되고 있다. 물론 다시 봐도 미스터리한(Mysterious)’한 매력이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안개 같은 축축한 감성에 눈길을 주고 싶은 밤이라면, 이 노래 안개와 함께 영화 <M>을 추천한다.

 

BY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 홍보팀 이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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