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올듯 올 듯, 나를 바라보지 않는 나의 연인처럼 야속합니다.
입춘은 애저녁에 지났고, 경칩도 지났건만, 잔인한 봄은, 경칩의 다음 날 매섭게도 추웠습니다. 잔인한 학살자, 봄!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는 내 몸에 너무 많은 부하를 걸리게 했다. 입술이 3군데나 부르텄다. 피곤함을 하루 종일 달고 산다.
봄은 길고, 쉽게 오지 않는다. 손이라도 잡으려면 밀어내는, 순결 서약한 첫사랑 그녀처럼 밉다.
봄을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애끓는 것이 또 있을까.(황지우)
"왜 봄을 기다리는 거냐?"
묻는다. 왜지?
전문가와 함께 있다는 것은 참 좋다. 전축을 갖고 싶다는 맘이 생긴 후에 바로 전프로님에게 전축에 대해 문의 했다.
"전축 비싸죠?"
봄을 기다리는 것은 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는 것.
불혹, 흔들림이 없다고, 아니지, 흔들리고 싶어도 흔들리지 못 한다. 설레임을 잃는다. 나이가 들면 설레이지 않는다.
봄 햇살도, 봄 꽃도, 봄 향기도 설레지 않는다.
뭔가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겨울이 지나기를 기다린다.
'혹독한 시절을 또 한번 견디어 냈구나. 다행이다. 죽지 않고 용케 버티어 냈구나'
시작이 아니라 끝, 죽음을 염두해둔다. 죽음의 계절, 죽지 않음. 시간이 지날수록 죽음을 향해 뚜뻑 뚜뻑 걷는다.
음악이 위안이 될 것인지, 음악이 죽음이 될 것인지.
위플레시의 주인공의 손, 피묻은 드럼스틱을 쥔 손, 그 손은 열정을 향한다.
그 젊음, 남자, 그 남자의 열정을 부러워한다.
찬란한 젊음은 성냥개비 끝에 뭉쳐진 둥근 '황' 같다. 화려하게 타오른다. '산화'한다.
열정의 등 뒤에 서 있는 압박감에 미쳐 갈지라도, 몸을 망쳐 죽음이 활게칠지라도 음악은 이 열정을 저주치 않고
구원할 것이다.
난 무엇으로 구원 받을 수 있을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에 사는 모든 자들은 '구매' –‘물건 사기’를 열망한다.
'소비'로 그들은 '구원' 받는다.
전축하나 갖고싶다. 전축으로 구원받으려는 나의 생각, 틀린것인가? 웃긴 것인가?
전축이 비싸냐고 고수에게 문의 한다. 찰나 긴장감이 흐른다.
'비싸면 안 사면 되지'
아저씨의 빈곤한 돈벌이. 돈을 벌어도 자신을 위해 쓸 돈은 적다.
번 돈으로 먹고 입고, 이자 내고, 남고, 이게 어렵다. 남는 것, 벌어도 남지를 않아요, 날 위해 지출할 여유는 없다고.
"얼마 예상하는데?"
역시 허를 찌르는 고수의 역 질문.
전축이 뭔지도 모르는데 예상가, 이런, 그냥 미끼를 던지 듯 던진다. 가능치와 기대치 사이의 적합할 것 같은 액수.
"한 백만원이면 될까요?"
"충분하지"
충.분.하.다. 백만원이면 전축이.
멋지게 종이를 꺼내어 고수는 적기 시작한다.
전축의 구성 요소- 엠프는 얼마(멋지게 손이 날린다) 스피커는 얼마 쯤(손끗, 찬양하라), 음악 재생기 (cd 플레이, 라디오
플레이 등) 부연하며 본인은 mp3를 구동할 전용 노트북을 별도로 구비하셨다고, 역시 고수는, 오! 스승이시요.
고수는 나한테는 전용 노트북까지는 필요없다고 친절히 부담을 덜어주시면서, 이 모든 것을 한 꺼번에 사는 것이 아니라,
종류별로 따로 따로 구매해서 하나의 세트로 구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야 가격대비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하시네요.
각각 중고 구매 사이트를 타고 넘으시는 서퍼 전고수님, 영화 폭풍속으로, 키아누 리브스의 거대한 파도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서핑처럼,
인터넷의 파도를 타고 달린다.
"이게 엠프, 이게 스피커, 이게 cd 플레이어는 중고 보다 새것 "
고수의 한 마디.
“뭐, 이런 전축을 구성하는데는 내가 최고라고 할 수 있지. 돈 준비 되면 말 만해!"
높은 음악적 소양에도 불구하고 늘 겸손한, 겸손함의 프로 전고수님, 이 전축에 관해서는 겸손하시지 않고,
자신을 최고라 하시었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 전고수님은 얼마나 고수인가.
돈을 준비하면 된다. 돈을 기다린다, 전축을 기다린다.
할부 불가. 현금 백 모으기. 가능 할까? 그러나 기다린다.
내 방에 울리는 서라운드 스피커, 거기에 나오는 아름다운 모짜르트, 기다린다.
헛된 희망이라도 기다림이 오늘을 살게 한다.
길을 묻는다. 전프로님 크래식 공부 좀 하게 책 좀 추천해 주세요.
클래식 그냥 들으면 됬지 뭔 공부.
크래식의 진리! 열심히 들어라!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OST ' LOST STARS-Gregg Alex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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