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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영화를 論하니노나니...]

[리뷰] <킹 메이커>, 보다 나은 세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꾼다


<킹 메이커>, 보다 나은 세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꾼다

정치를 재미있는 스토리로 풀어놓은 기교 놀라워


정치는 진흙탕 싸움이다. 거짓과 음모가 판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산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치론을 들먹일 생각은 없다. 올바른 정치에 대해 논할 생각도 없다. 다만 좀 괜찮은 세상에서 살고 싶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꾼다면 이런 영화 한 편쯤은 꼭 봐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조지 클루니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으며 주연까지 맡은 <킹 메이커>다. 이 영화는 4.11 총선 전에 개봉하는 것이 옳았을까. 아니면 선거가 끝나고 이곳저곳에서 성찰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적기일까. 그거야 뭐, 수입사 사정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론 선거 전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투표를 한다는 행위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새삼 깨닫게 했었을 것이다.

 

 영화는,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그린다. 지역은 오하이오주. 현역 주지사인 모리스(조지 클루니)는 민주당의 유력 대권 후보로 경쟁 상대인 풀먼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상태다. 그는 꽤나 좌파 강성이다. 부자 감세, 부의 재분배, 이란과 이라크를 둘러싼 중동 외교군사전략 문제 등등 민주당 내에서도 좌클릭의 선두주자급이다. 잘 생겼고 도덕적인 흠결이 없는 탓에 그의 강한 좌파 성향은 오히려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한다. 하지만 문제는 오하이오주. 코커스(당원 전당대회)가 아닌,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개방형 경선제도. 투표자가 자신의 소속정당이나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 제도)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기묘한 상황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공화당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해, 실제 대선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려 한다. 그럼에도 모리스는 자신의 정치철학, 강한 좌파 성향을 밀어 붙인다. 그가 그럴 수 있는데는 선거 전략가 폴 자라(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와 공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의 뛰어난 지략이 큰 몫을 한다. 특히 스티븐의 열정적이고 출중한 업무 능력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스트븐의 상대 후보의 선거 전략가인 톰 더피(폴 지아매티)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다. 한편으로 스티븐은 선거 본부에서 일하는 인턴 여사원 몰리(에반 레이첼우드)와 뜨거운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이 화근이 된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을 알게 된 폴과 모리스는 스티븐은 밀어내려 하고 그 와중에 모리스가 몰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으며 그로 인해 그녀가 임신까지 한 사실을 알게 된다. 모리스-폴 자라-스티븐-몰리-톰 더피의 관계는 진흙탕 샅바 싸움으로 전락하기 시작한다.



정치영화는 정치 현실보다 더 정치적인 색채를 띤다. 정치만큼 영화적 소재로 좋은 것도 없다. 음모가 있고, 사기의 술수가 농후하며 폭력과 살인이 판친다. 무엇보다 섹스가 있다. 정치영화를 보고 있으면 한마디로 정치가 개탄스럽다. 이러고도 우리가 정치란 행위에 참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하지만 좋은 정치영화는 한숨과 자조와 자학을 뛰어 넘는다. 우리는 우리가 목격한 정치적 현실을 극복해야 하며 그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슬쩍 유인한다. <킹 메이커>는 미국의 정치현실이란 것도 여느 나라의 그것만큼 썩고 병들었지만 바로 그 점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럼으로써 좀 더 나은 세상에 대해 고민해 보자고 권하는 작품이다. 정치는, 외면해서도 포기되어서 안된다는 점을 그 이면의 추악함을 드러냄으로써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킹 메이커>를 보고 있으면 그래서, 우리의 정치현실을 새삼 곱씹게 된다. 우리의 이번 총선은 최선의 결과를 낳은 것일까. 누구는 환호하고 누구는 실망했지만 단지 그 지점에서 주저 앉은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진정한 정치인은 단 한명이라도 존재하는 것일까.

 

 <킹 메이커>같은 정치영화를 당당히 대중들에게 내놓는 할리우드의 제작 환경이 부럽다. 딱딱한 정치얘기를 대중들이 혹할 만큼 재미있는 얘기 구조로 풀어놓는 그 기교도 놀랍다.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지금 당장 미국 국회나 백악관에서 일해도 별로 떨어질 것 없어 보이는 전문성에 혀가 내둘려진다. 새삼 조지 클루니라는 배우가 훌륭한 삶의 철학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이 느껴진다. 정치는 돈 있고 배운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킹 메이커>를 보면서 생각을 좀 바꿔 보시기들 바란다.


글 : 오동진(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