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어떤 스태프가, 어떤 영화와 음악을 선정했을까요?
Hidden Track 2번째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첫 번째 영화는 총무회계팀 늠름이 고른 <아리스토캣>입니다.
총무회계팀 늠름의 한 줄 평
“하루쯤은 디즈니처럼 명랑해도 좋잖아요.”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1970년에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리스토캣>은 고양이 가족의 모험 영화이자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고양이들의 뮤지컬입니다.
파리의 대저택에서 귀부인 ‘아들레이드’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고양이 가족이 있습니다. 우아한 엄마 고양이 ‘더치스’는 개구진 아기 고양이 ‘마리’, ‘툴루즈’, ‘베를리 오즈’가 품위 있는 고양이로 자라나도록 가르치며 보살핍니다. ‘툴루즈’는 쫀득한 발바닥으로 그림을 그리고, ‘베를리 오즈’는 통통 피아노를 치고, 반주에 맞추어 엄마 ‘더치스’와 ‘마리’는 노래를 하며 예쁘고 따뜻하기만 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영화제 사무국 마당에서 고양이 가족을 우연히 만나고, 어쩌다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긴 지 삼 년 차 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집에는 고양이 식구들이 생겼고 자연스레 고양이 덕후가 되어갑니다. 고양이가 나오는 영화들을 챙겨보던 중 알게 된 애니메이션입니다. 디즈니답게 명랑하고 마냥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리스토캣 OST - Everybody Wants to be a Cat
어느 날 귀부인 ‘아들레이드’는 유언장을 씁니다. 재산의 첫 번째 상속자는 고양이 가족이지만 고양이 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집사 ‘에드가’에게 재산이 상속될 것이니 고양이들을 잘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하려 하지요. 그러나 유언을 반쪽만 들은 집사 ‘에드가’는 배신감을 느끼고 고양이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시골 강둑에 갖다 버립니다.
험난한 세상이라고는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더치스’와 아기 고양이들의 모험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길을 헤매던 중 만난 방랑 고양이 ‘오말리’는 고양이 가족이 파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우며 ‘더치스’와 사랑에 빠집니다. ‘오말리’에게는 의리 하나로 똘똘 뭉친 뒷골목 고양이 친구들이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날 밤, 긴 여정에 지친 ‘더치스’와 아기 고양이들을 집으로 초대한 고양이 친구들은 흥겨운 재즈로 황홀한 전야제를 선물합니다. 고양이 재즈 밴드의 노래에 아기 고양이들은 신이 나서 엉덩이를 들썩이고,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엄마 ‘더치스’도 리듬에 몸을 맡기고 스윙 댄스를 함께 추는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럽지요.
아리스토캣 OST - Scales & Arpeggios
지난 여름과 가을, 사무국 마당에는 야옹이와 아기 고양이 넷이 지냈습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쑥쑥 자라며 꾸러기들이 되고, 엄마 고양이 야옹이는 몸집이 부쩍 불어난 아기들을 품고 젖을 먹이며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살뜰하게 돌봤습니다. 팀장님 한 분이 재활용 상자로 놀이터를 만든 날, 사람에게는 늘 새초롬한 야옹이가 일명 사이드 스텝, 아기들이 옆으로 뛰어오르는 놀이를 하며 숨바꼭질을 하는 아기 고양이들 틈에서 깡충깡충 뛰놀았습니다. 밥을 든든히 먹이고, 잠자리를 신경 쓰며 챙겨도, 낚싯대 장난감을 열심히 흔들어도, 사람의 마음으로는 가닿을 수 없는 자리. 같은 고양이들만 서로 채울 수 있는 자리. 고양이들만의 유대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엄마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들의 뜀박질이 예쁘고 또 애틋해서 그날 하루를 마음에 오래 담았습니다.
고양이 가족이 떠나고 또 새로운 고양이가 사무국을 찾습니다. 안방처럼 마당에 누워 오후 내내 졸다가 해 질 무렵에야 일어나기도 합니다. 집에선 이제 한 살 된 꾸러기 고양이들이 간밤에 서랍을 다 열어놓거나 부엌에 걸어둔 앞치마를 침대까지 끌어다 놓고 대자로 뻗어 쿨쿨 자고 있기도 합니다. 길고양이 친구들은 지난밤 무얼 하며 쏘다녔을지, 집에 사는 꾸러기들은 밤새 무슨 작당을 벌였을지는 그들만 아는 비밀이겠지요.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비밀스러운 친구들의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고 싶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제가 출근한 사이 옆집 지붕 위 고양이를 초대해 냉장고 문을 열고 캔맥주 꺼내려다가 눈치 없이 일찍 퇴근한 사람이 밟는 계단 소리에 짜증을 내며 “해산!”을 외칠지도 모르지요.
늦은 밤, 골목길을 총총 걷는 길고양이를 마주합니다. 가만 멈추고 바쁜 고양이의 밤을 상상합니다. 차도는 잘 건너는지 신경 쓰여 눈이 오래 머물기도 하고요. 닭고기 간식 두어 개를 가방에 넣어 다니며 사람을 알아보고 “야옹” 우는 친구에게 슬쩍 놓아주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걸음을 뛰어다니는 고양이들에게 잠시 스치는 곁이 되어 봅니다. 허기를 채우고 집으로 혹은 또 다른 세상으로 길을 낼 수 있도록요.
동화 같다지만 하루쯤은 디즈니처럼 명랑해도 좋잖아요.
아리스토캣 고양이 친구들처럼, 그들의 세상을 지키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요.
두번째 영화, 프로그램실 배부르주아가 고른 <피의 연대기>입니다.
프로그램실 배부르주아의 한 줄 평
“인류의 절반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 위해”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피의 연대기>는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12번 여성들이 겪는 '생리'에 대해 탐구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인류의 절반이 겪는 이야기임에도 여성이 생리 하는 거을 부끄럽게 만들고, 결국 부끄러워하며 마법, 그날 등 다른 이름으로 불렸던 생리. <피의 연대기>는 영화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주제 '생리'를 수다 떨듯 즐겁게 풀어냅니다.
포크 듀오 김사월X김해원의 멤버로 잘 알려진 <피의 연대기>의 음악감독 김해원은 영화 제작에 참여한 유일한 남성 메인 스태프입니다. 김보람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빠른 템포의 음악을 요청드렸는데 새벽에 보내주시는 작업물이 주로 서정적인 음악이라 우리끼리는 '감독님은 생리가 너무 슬프신가 보다'라고 했다"라는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피의 연대기> 속 음악은 영화 전체의 톤을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가 추천하는 음악은 메인 타이틀곡 ‘피의 연대기’입니다. 엔딩 크레딧까지 영화의 톤을 유지하는데 큰 몫을 차지한 타이틀곡 ‘피의 연대기’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귓가에 맴도는 중독성 넘치는 코러스입니다. 김사월, 곽푸른하늘, 박정우 세 명의 여성 뮤지션이 참여한 코러스는 영화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상징적인 목소리처럼 느껴집니다.
마지막 영화는 프로그램실 돌부자, 림이 고른 <우리가 사랑한 시간>입니다.
프로그램실 돌부자, 림의 한 줄 평
“마음을 주고받았던 시간은 그들을 숨 쉬게 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평범한 가장이자 고등학교 음악 교사로 살고 있는 ‘키이스’는 원 없이 음악을 좇았던 지난날을 그리워합니다. 가을 학기가 시작되고 영국에서 온 교환학생 ‘소피’가 그의 가족들과 홈스테이를 하게 됩니다. ‘소피’의 삼촌은 ‘소피’가 피아노 치는 것을 기뻐했고 ‘소피’는 그런 삼촌을 사랑했기에 평생 피아노를 쳐왔습니다. 그러나 삼촌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동기를 잃은 상태. 음악에 대한 열망과 자유로운 성향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키이스’와 상실 이후에 부유하는 ‘소피’는 서로에게 점점 끌리기 시작합니다. 나란히 앉아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들이지만, 그 앞에는 매서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 속 섬세한 서정성은 늘 음악과 긴밀히 어우러져 관객의 마음에 닿기 마련이죠. 이 영화는 그중에서도 클래식 피아노와 첼로의 선율을 직접 활용한 작품입니다. 캐릭터 설정 자체가 음악가이기도 하고요.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늘 부재와 공허를 품고 버티는 것에 그치는 삶은 주인공 ‘키이스’와 ‘소피'의 삶과 다름없죠.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만나게 됩니다. 잊고 있던 것을 상기시키고, 따뜻함으로 부재를 덮어주며 나의 감성을 온전히 이해하는 다른 누군가를요. 그런 사람과 마음을 나눌 때는 비로소 숨이 트이는 기분일 것입니다. 이 작품의 영제처럼요. 위로의 순간 나눈 이들의 사랑은 드레이크 도리머스의 여느 작품처럼 섬세하고 절절합니다.
<우리가 사랑한 시간> OST - ‘Opus 20’ – Dustin O’Halloran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 작품 중 <라이크 크레이지>(얼마 전 국내 개봉을 했다죠!)와 <우리가 사랑한 시간>의 음악은 미국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더스틴 오 할로란이 맡아 작업했습니다.
클래식한 피아노의 느낌에 깊고 어두운 서정성을 입힌 이 타이틀곡은 극 중 ‘소피’가 직접 연주하는 곡으로 등장합니다.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키이스’는 연주하는 ‘소피’를 바라봅니다. 숨이 멎을 듯한 감정선이 지속되고, 단지 손끝이 닿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절절한지 느껴집니다.
장마철이 시작되었네요. 에어컨을 켜두고 달달한 핫초코 한잔 마시며 집에서 눅눅해지고 싶을 때죠. 그럴 때 이 영화와 음악의 깊은 감수성에 젖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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